헛돌던 가자휴전 기대감…하마스 협상장 복귀·CIA 국장도 동석(종합)
"하마스, 피란민 귀향방안 수용…적대행위 중단에 논의 집중될 듯"
석방 인질수 등 세부사항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 관측도
네타냐후 '어깃장'도 변수…하마스 "라파 공격 위협해 협상 방해" 비난
블링컨 "하마스가 휴전타결 지연…민간인 보호대책 없는 라파 공격 지지 못해"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이 제시한 새 휴전 협상안을 받아 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협상안에 대한 긍정적인 기류를 표현하며 닷새 만에 협상장에 복귀, 5개월여 간 헛바퀴를 돌던 가자전쟁 휴전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하마스는 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4일 대표단을 다시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우리는 최근 전달받은 휴전 제안을 지도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했음을 강조한다"면서 "우리는 마찬가지의 긍정적 태도로 합의 도달을 위해 카이로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마스 정치국장인 이스마일 하니예는 전날 압바스 카멜 이집트 국가정보국(GNI) 국장에게 '긍정적 입장'으로 새 휴전협상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날 카이로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휴전 협상에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와 관련, 가자전쟁 일시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 일부 진전이 있다는 게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판단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번스 국장이 휴전 성사를 위해 이집트 측과 협력할 예정이라면서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현 시점을 협상에서 대단히 중요한 지점으로 본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통해 지난달 26일 하마스 측에 새 휴전협상안을 전달했다.
전문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 중 여성과 노인, 환자 등 33명을 이스라엘 교도소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900명과 맞교환하고 약 40일간 휴전에 돌입한다는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마스를 궤멸하겠다며 지금껏 항구적 휴전을 거부하던 이스라엘이 '지속 가능한 평온의 회복'을 논의할 수 있다며 한발짝 물러서면서 타협의 여지를 남긴 것이 주목된다. 글로벌 매체들은 일단 휴전이 성사되면 영구휴전과 관련한 추가 협상이 개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 하다스 방송 보도를 인용, 현재 가자지구 남부에 몰려있는 피란민의 귀향 등과 관련한 2단계 계획을 하마스가 받아들였고, 조만간 열릴 회의에선 주로 가자지구 내에서의 적대행위 중지와 관련한 조건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까지는 협상이 순항하는 듯 보이지만 세부사항과 관련한 협상이 개시되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상당 기간 난항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라엘은 최소 40명의 인질이 석방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33명으로 요구조건을 완화했지만, 하마스가 20명 이상은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줄다리기가 벌어질 수 있다고 악시오스는 내다봤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영 칸(KAN) 라디오는 팔레스타인측 소식통을 인용, 4일 카이로에 도착할 하마스 협상대표단이 인질-수감자 교환과 함께 일시휴전을 개시하는 방안과 관련해선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해 온 사항인 영구휴전 명문화와 관련해선 하마스 측이 사전에 종전을 확약받지 않고 인질-수감자 교환 후 일시휴전 상태로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데 동의할 징후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전론을 고수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필두로 한 이스라엘 내 극우세력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는 여전히 변수가 되고 있다.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문제는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을 위해 대가를 치르고 합의에 이르길 원할 것인지 여부다"라고 말했다.
하마스 고위급 인사인 호삼 바드란도 이날 AFP 통신과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도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공격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협상을 좌초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는 종전의 모든 대화를 방해했고,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다는 점이 명백해졌다"고 비판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명 중 대다수인 150만명이 피란 중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나고, 인도적 위기가 심화될 것이라며 공격을 만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않는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휴전을 반대하는 인질 가족과의 면담에서도 "(휴전 협상이) 타결되든 무산되든 우리는 라파에 들어가 하마스 부대를 모두 없앨 것"이라고 말하는 등 라파 진격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반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 저녁 애리조나주에서 싱크탱크 매케인연구소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휴전 협상 타결을 지연시키고 있는 건 하마스라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AFP 통신 등은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그들이 휴전 및 인질석방에 관한 답변으로 사실상 '예스'(Yes)를 택하는지 보려고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 시점에서의 현실은 가자 주민과 휴전 사이를 방해하는 건 오직 하마스뿐이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라파를 공격하겠다는 이스라엘이 민간인 보호를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그런 계획이 없다면 우리는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게 될 라파에 대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지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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