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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에 일본 내 물가 상승 불만 커져…수출 효과는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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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에 일본 내 물가 상승 불만 커져…수출 효과는 감소
소비 증가에도 걸림돌…日정부, 전날 1년 반 만에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거시경제의 인플레이션보다 마트의 식료품 가격이 크게 비싸졌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영향이 커지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도 듣고 있다".


간다 마사토(神田?人) 일본 재무성 재무관이 30일 기자들 앞에서 엔화 약세의 영향에 대해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있다"면서 꺼낸 얘기다.
그의 이런 발언은 최근 엔저에 대한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집약하고 있다.
재무관은 일본 정부에서 외환 정책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과거 일본의 영향력이 컸던 시절에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거물로 취급받던 자리다.
1990년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재무관은 '미스터 엔(Mr. Yen)'으로 불릴 정도로, 미국 뉴욕 월가에서조차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주시했다.
간다 재무관의 이날 발언은 엔저로 인한 일본 정부의 고민도 반영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으로 상징되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기회를 맞고 있다고 보고 소득·주민세 감세 등 정책을 펴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2022년 4월부터 2년 연속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 이상을 웃돌고 있는 만큼 가처분 소득을 뒷받침해 소득 증가→소비 증가→물가 상승→소득 증가의 선순환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임금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엔화 약세는 그동안의 물가 상승을 지지한 요인이 되기는 했지만, 소비 증가에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일본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 발생 무렵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23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이달 8일 발표한 '2월 근로통계조사'(속보치)에 따르면 5인 이상 업체의 노동자 1인당 월평균 명목임금은 전년 같은 달보다 1.8% 오른 28만2천265엔(약 252만원)이었으나, 물가 변동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1.3% 감소했다.
여기에는 원유나 농산물 등 수입 가격을 끌어올리는 엔화 약세도 무시 못 할 요인이 된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거 엔화 약세는 수출 증가의 요인으로, 일본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 '근린 궁핍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대기업들이 대거 제조시설을 해외 이전한 현 상황에서는 엔저의 수출 증가 효과도 과거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많다. 해외 거점에서 벌어들인 달러화도 현지에 재투자되는 분위기여서 '달러벌이' 효과도 예전만 못한다.
오히려 최근 엔화 약세에 따른 '달러벌이' 효과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서 눈에 띈다.
실제 올해 3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월간 기준 사상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섰다.
엔화 약세의 바람을 타고 비교적 저가에 해외여행을 하려는 각국 소비자들을 일본으로 끌어들이는 셈이다.
하지만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관광객 유입은 오버투어리즘(관광공해) 문제를 일으키며 일부 관광지역 주민의 불만도 낳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노린 고가 메뉴의 등장은 일본인들의 상대적인 박탈감만 초래한다는 비판도 낳고 있다.
지난 2월 도쿄 도요스시장 부근에 문을 연 관광 복합시설 '센캬쿠반라이'(千客万?)에는 약 7천엔(9만7천원)에 육박하는 회덮밥(가이센동)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엔화 약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한 상황이어서 전날 엔/달러 환율이 급등락한 원인은 일본 당국이 개입한 데 따른 것일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날 오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60엔선을 넘었다.
오후 들어서는 159엔대에서 155엔대로 4엔 넘게 급락했으며 또 157엔대까지 다시 올랐다가 154엔대 후반까지 2엔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이틀째 시장 개입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만일 개입했다면 이는 2022년 10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일본 정부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5∼151엔대이던 2022년 9∼10월 총 3차례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매수하는 개입을 했다.
다만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효과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최근 엔/달러 환율 상승은 미일 금리차에 따른 것인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했기 때문이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유에노 쓰요시(上野 剛志) 이코노미스트는 요미우리신문에 "미국의 금리인하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으면 엔화 약세 기조의 전환은 어렵다"고 말했다.
ev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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