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치대학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점거 농성 해제(종합2보)
학교 측과 협상 타결…농성 과정서 친이스라엘 시위대와 건물 밖 충돌
야외극장 텐트 농성장에 경찰 개입…교수진 '대응 과도' 비판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미국에 이어 프랑스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캠퍼스 점거 농성에 나섰다가 해산했다.
26일(현지시간) 일간 리베라시옹에 따르면 프랑스 명문 정치대학 시앙스포의 '팔레스타인 위원회' 소속 학생 50여명은 전날 밤부터 학교 건물 일부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건물 밖에서 동조 시위에 나선 학생들은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해 쓰레기통과 철제 펜스 등으로 건물 입구에 자체 바리케이드를 쳤다.
농성을 주도하는 팔레스타인 위원회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강화된 지난해 11월 결성됐다.
이들은 학교가 이스라엘의 행위에 명백한 규탄 메시지를 내고, 팔레스타인 억압에 연루된 모든 기관이나 단체와 협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캠퍼스 내 친팔레스타인 목소리에 대한 탄압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건물 점거 농성에 "학교의 원활한 운영을 방해하고 학생, 교사,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이런 행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고 파리 캠퍼스 건물 일부를 폐쇄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께엔 현장에 친이스라엘 시위대 50여명이 몰려와 건물 밖에 모여있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충돌을 빚었다.
양측간 몸싸움이 벌어지자 경찰이 출동해 현재 두 그룹을 떼어놓은 뒤 현장을 통제했다.
점거 농성이 진행되는 동안 학교와 위원회 측은 여러 차례 타협점을 찾으려 시도했다.
그 결과 시위대는 오후 8시30분께 학교 측으로부터 내달 2일 이전 학교 경영진과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고, 교내 시위에 나선 친팔레스타인 학생들에 대한 모든 징계 절차를 중단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위원회는 이에 호응해 오후 9시15분께 건물 점거를 해제했다.
팔레스타인 위원회 소속 학생 수십명은 지난 24일 밤 캠퍼스 내 야외극장에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학교 측의 요청을 받은 경찰이 출동해 해산시키자 25일 밤 건물 내로 농성장을 옮겼다.
경찰의 해산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은 없었으나 학교 측이 캠퍼스 안까지 공권력을 들인 것은 과도한 대응이었다는 비판이 교수진 사이에 제기됐다.
사회학자 올리비에 고드쇼는 일간 르몽드에 "이 모든 것은 학생들이 정치를 배우는 과정의 일부"라며 "학교가 이런 식의 집단적 표현 방법을 관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데도 억압적인 방식을 택한 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사회학자 필리프 쿨랑전 역시 "이런 움직임(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대한 교수진의 의견은 다양하지만 수요일(24일) 저녁의 시위가 평화적이었고 무력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앙스포는 외국 대학, 특히 컬럼비아 대학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 이를 보면 학내 움직임이 일시적이거나 고립된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찰력을 동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협의에서 농성장을 떠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부 학생이 이를 거부해 공권력으로 해산시키기로 한 것"이라며 "학생들이 평화적으로 건물을 떠나도록 대화를 많이 시도했으나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미국에서도 컬럼비아대를 비롯해 곳곳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캠퍼스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가 격렬해지자 학교 측이 경찰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학생 수백명이 체포됐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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