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만 특별대우"…가자참상 속 전직 美당국자 폭로
'외국군 감시' 전직 국무부 책임자 "불법행위 때 도넘는 존중"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 3만4천여명…美정부 "이중잣대 없다" 일축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불법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미국 전직 고위 당국자에게서 다시 제기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찰스 O. 블레이허 전 미국 국무부 안보·인권과 과장은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내 경험에 비춰볼 때 이스라엘이 다른 어떤 나라도 받지 않는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팔레스타인인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불법행위를 조사할 때 많은 사건에서 이스라엘 당국에 유리한 상황을 과도하게 존중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에서 무분별한 공세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블레이허는 작년 8월까지 수십년 동안 미국 국무부에서 근무했다. 마지막 보직은 미국의 군사 지원을 받는 외국 군대가 인권·인도주의 법규를 지키는지 감시하는 업무였다.
이스라엘도 미국의 군사 지원과 인권침해 감시를 받는 만큼 블레이허의 지적은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의 비판으로 볼 수 있다.
블레이허는 미국 전직 관리들로 패널을 구성해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따른 가자지구 내 민간인 사망을 다룬 보고서를 냈다.
그는 이날 보고서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명백하고 신뢰성 있는 증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 내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두둔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10월에는 외국군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감시하던 조시 폴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국 과장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에 항의하며 사임했다.
미국 국무부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에게서 속출하는 이 같은 비판을 일축했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AP통신에 "이중잣대, 특별대우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스라엘도 미국 무기를 사용하는 데 있어 모든 법률을 준수하고 있으며 불법 정황은 조사하고 위반자들에게는 책임을 묻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중동 내 미국의 최우방인 이스라엘은 미국 군사지원의 최대 수혜국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에도 이스라엘에 대한 260억 달러(약 36조원)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 법안에 서명했다.
이스라엘은 작년 10월 7일 하마스가 자국에 침투해 1천200여명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인질로 끌고 가자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서 반년 넘게 보복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하마스를 완전히 해체해 자국에 대한 안보 위협을 없애겠다는 목표를 내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과정에 가자지구는 쑥대밭이 되고 거기에서 숨진 이들은 3만4천명을 넘어섰다.
사망자 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으로 전해지는 까닭에 이스라엘군을 둘러싼 전쟁범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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