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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대학가 가자전쟁 반대 시위…미국 전역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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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대학가 가자전쟁 반대 시위…미국 전역으로 확산
뉴욕 컬럼비아대 시위 계기, 동부 넘어 중·서부로
시위대, 캠퍼스 점거…수백명 체포·일부 대학 징계 방침
표현의 자유·반유대주의 논란도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최근 다시 불붙기 시작한 가자 전쟁 반대 시위가 격화하면서 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주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재점화한 시위는 동부를 넘어 중부, 서부 지역 대학으로 번지고 있다.
시위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며 캠퍼스 내 텐트를 치고 건물을 점거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일부 대학은 대면 수업을 취소하고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무단침입 등의 혐의로 수백명을 체포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후 이어졌던 대학 내 반전 시위가 이달 18일 컬럼비아대 시위를 계기로 한층 거세지고 있다.
컬럼비아대에서 100여명이 체포된 데 이어 예일대, 뉴욕대, 미시간대, 미네소타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 등 캠퍼스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지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2일 밤 경찰은 뉴욕대 인근에서 시위에 참여한 133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단 치안방해 혐의로 법정 출두 소환장을 받고 풀려난 상태다.
같은 날 코네티컷주 예일대에서도 가자 전쟁 반대 시위를 벌인 학생 47명 등 총 60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캠퍼스 광장에 텐트를 치고 시위를 벌였다. 대학 측의 면담 및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경찰은 해산에 나섰다.
피터 살로비 예일대 총장은 "시민 담론과 평화 시위에 대한 요구가 무시돼 매우 슬펐다"고 말했다. 그는 유대인, 무슬림, 이스라엘인, 아랍 및 팔레스타인 공동체 구성원들이 캠퍼스 환경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체포된 학생 47명에 대한 정학 등 징계 방침을 밝혔다.
인근의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도 학생들이 캠퍼스 안에 천막을 치고 팔레스타인 지지 구호인 '강에서 바다까지'와 'MIT를 대량 학살로 기소한다' 등을 외쳤다.
MIT 물리학과 한나 디데바니는 "이스라엘 국방부에서 직접 연구자금을 받는 교수들이 여럿 있다"며 "우리는 MIT에 이러한 관계를 끊을 것을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중서부에서는 미시간대 캠퍼스 광장에도 가자 전쟁 반대 시위대의 텐트가 약 40개로 늘었다.
미네소타대에선 학생들이 도서관 앞에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라고 쓴 현수막과 함께 텐트촌을 설치했다. 일부는 "팔레스타인 해방", "가자 만세"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학교 측은 교칙 위반과 불법 침입 등을 이유로 경찰에 조치를 요청했고, 텐트는 2시간 만에 철거됐다. 경찰은 시위대 일부를 체포했다.
시위를 조직한 4학년 멀린 반 올스타인은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컬럼비아대, 뉴욕대, 예일대에서 일어난 시위에 자극받았다고 말했다.
올스타인은 지난달 대학 측에 이스라엘 대학들과 관계를 끊고 이스라엘 유학 프로그램 종료, 무기 회사 채용 불허 등 이스라엘과 거리를 둘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다 대담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자체적으로 텐트촌을 설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서부에 있는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 훔볼트 캠퍼스에서도 22일 밤 건물이 점거됐다. 대학 측은 24일까지 건물을 폐쇄하기로 했다. 수업은 원격으로 진행됐다. 경찰은 시위에 참여한 3명을 체포했다.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전국 학생회'가 온라인에 올린 사진에는 건물 입구를 가구로 쌓아 막은 모습이 담겨 있다.

UC버클리에서도 다른 학교 학생들과 연대해 텐트를 캠퍼스에 설치했다.
뉴멕시코대에서도 22일부터 학생들이 텐트를 치고 가자 주민들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자정 무렵 경찰은 철거를 요청했고, 23일 현재 텐트는 거둔 채 10여명이 남아 현수막을 두고 있다.
가자 전쟁 발발 후 미국 대학들은 학생들의 안전과 표현의 자유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그동안은 시위를 용인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시위가 격화되자 강력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학생 단체들은 일부 극단적인 표현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증오나 편협함은 모두 거부한다고 주장한다. 또 소수 선동적인 사람들이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한다.
학생들은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 등과 같은 유대인 단체들이 시위에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언론이 일부 선동적인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캠퍼스 내에서도 논란은 여전하다.
하버드대 박사과정 크리스티안 딜리언은 AP통신에 대학 측이 시위를 피하려는 이유는 이해하지만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시간대 학생 레오 아우어바흐는 전쟁에 대한 의견으로 캠퍼스에서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지만, "증오적인 수사와 반유대주의 정서가 울려 퍼질까 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캠퍼스 내에 포용적인 커뮤니티를 만들려면 건설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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