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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75년 동업자 영풍과 공동구매·공동영업 계약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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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75년 동업자 영풍과 공동구매·공동영업 계약 끊는다
"경영악화 따른 비용 절감 목적"…업계선 '영풍과 결별 수순'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고려아연[010130]이 경영권 갈등을 빚는 최대주주 영풍과 공동으로 진행해 온 원료 공동구매와 공동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경영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고려아연이 영풍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영풍과 아연 등 주요 품목에 대해 원료 구매와 제품 판매 과정에서 공동계약을 체결해왔으나 계약 만료에 맞춰 이를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수십 년 전부터 20여건의 공동구매·공동판매 계약을 맺고 1∼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고려아연은 영풍 측에 갱신 기한이 도래한 몇 건의 공동구매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올해 10여건, 내년과 후년에 총 10여건 등 만기가 도래하는 모든 계약에 대해 순차적으로 계약을 종료할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향후 원료 구매와 제품 판매에 있어 각 거래처와 개별적인 협상·계약을 진행하며 사업을 영위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최근 경기침체로 비철금속 시장에서 원료 수급과 제품 판매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경영환경 악화로 부담이 커지고 있어 실적 개선과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라는 게 고려아연 측 설명이다.
또 고려아연은 외신 등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안전 리스크로 조업 차질과 생산량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고, 원료 구매의 불확실성으로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풍과 함께 체결한 3자 공동계약으로 인해 공급 감소에 따른 납품 차질 시 손해배상 위험이 존재하는 점도 이번 결정의 원인으로 꼽았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영풍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최 회장 일가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최근까지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달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 정책과 정관 변경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인 데 이어 최근에는 고려아연이 현대차그룹의 해외 계열사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신주를 발행한 것을 두고 법원에 무효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최근에는 고려아연이 지난 45년간 본사로 사용하던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을 떠나 종로 그랑서울로 본사를 옮기기로 하는 등 영풍과 관계를 끊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기업가치 제고와 실적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라며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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