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에도 예상밖 호황 원유운반선…선박가격도 고공행진
신조선가 역대 최고치 근접…홍해사태·러시아제재 등으로 수요 급증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탈탄소화에 따른 환경 규제로 전망이 밝지 않았던 원유 운반선이 최근 예상 밖 호황을 누리고 있다.
홍해 사태와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재는 원유 운반선 수요 급증을 불렀고, 이는 신규 원유 운반선뿐 아니라 중고 원유 운반선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7일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원유 운반선의 신조선가지수는 215.71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7년 기록한 최고치 237.59포인트에 근접한 수치다.
신조선가지수는 새로 발주되는 선박의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조선업황은 물론 조선업체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원유 운반선 신조선가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156.15포인트로 급락해 이후 10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후 2021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지수는 작년 200선을 회복했다.
이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3일 16년 만에 최고가로 원유 운반선의 일종인 석유제품운반선(MR탱커)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사는 MR탱커 4척을 총 2억700만달러에 수주했는데, MR탱커 1척 가격이 5천만달러를 넘은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중고 원유 운반선 가격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원유 운반선 시장 호황의 가장 큰 이유로는 톤마일(화물의 중량과 이동 거리를 곱한 값) 증가가 꼽힌다.
홍해 사태와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재로 유럽이 중국, 인도 등에서 원유 수입을 늘리면서 원유 운반선의 톤마일이 급격히 증가했고, 이에 따른 운임 상승과 선박 추가 투입 수요가 발주량 증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이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해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으로 돌아가는 항로를 선택할 경우 운항 기간은 기존 대비 61% 늘어난 15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원유 운반선 발주가 드물었던 것도 선가 인상을 부추겼다.
시장 조사기관인 반체로 코스타의 랄프 레츠진스키 수석연구원은 "향후 2년간 시장에 인도되는 MR탱커는 연간 50∼60척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년 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노후화된 원유 운반선에 대한 교체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 전망은 나쁘지 않다.
국내 조선업체들도 이러한 원유 운반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먼저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PC선 32척과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6척, 원유 운반선 3척을 수주했다.
한화오션도 VLCC 2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3년 만의 수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유 운반선 선가가 개선되는 가운데 한국 조선사들도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수익성 개선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선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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