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는 마동석·테무는 PPL…한국 안방 '정면공략' 속도(종합)
광고·마케팅에 현금 뿌리고, 한국 법인·조직 체계화
알리 한국 고객 2년 새 네 배…테무는 8개월만에 따라잡아
개인정보보호위, 알리·테무 개인정보 수집·이용 실태 조사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중국 쇼핑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2년 새 한국 이용자를 네 배로 늘린 데 이어 테무가 유사한 방법으로 한국 시장 침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중국 이커머스 업체는 한국 유명 배우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와 인기 예능 TV프로그램 속 간접광고(PPL)로 각각 한국 안방을 정면 공략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테무는 공중파 TV 인기 예능프로그램과 협업한 봄맞이 프로모션을 앱 정면에 배치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해당 프로그램 방송에는 출연자가 휴대전화에서 테무 앱을 눌러 보여주면서 "가성비 짱이고, 없는 게 없어"라고 말하는 PPL 장면이 포함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테무가 공중파 방송 PPL도 한다'며 놀라움을 나타내는 글과 함께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우려하는 반응이 동시에 퍼졌다.
테무는 현재 '봄맞이 최대 90%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방송에 나온 상품과 자취 필수 아이템 등을 소개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작년 3월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발탁한 이후 마케팅을 본격화한 것처럼 테무가 PPL에 이어 브랜드 홍보와 마케팅을 급속히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는 201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뒤 3년여 동안 큰 활동을 하지 않다가 2022년 11월 한국 전용 고객센터를 차리면서 시동을 걸었다.
이어 작년 3월 9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2주가량 소요되던 직구 상품 배송 기간을 3∼5일로 줄이고 일부 지역에서 당일·익일 배송을 개시했다.
이때부터 TV와 유튜브, 지하철역 등 온오프라인에서 마동석이 출연한 광고를 대대적으로 전파했고, 작년 8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한국 법인을 세웠다.
알리는 작년 10월부터 한국산 상품 채널 '케이베뉴'(K-venue)를 만들어 입점·판매수수료를 면제해 판매자를 늘렸고, 초저가 할인과 현금성 쿠폰을 뿌린 프로모션에 노이즈 마케팅까지 더해지면서 이용자가 급속히 늘었다.
알리익스프레스 한국인 이용자 수는 2년 새 네 배가 됐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 한국인 이용자는 2022년 3월 218만명, 2023년 3월 413만명, 올해 3월 887만명 등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알리 내부에서도 한국 고객과 거래액 증가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알리는 한국에 3년간 11억달러(1조5천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운 데 이어 한국 상주 직원을 대폭 채용하는 등 한국 전담 조직을 체계화하고 있다.
알리는 카테고리별 전문가와 대관·홍보 담당자 등을 점차 늘려 임직원이 100명 안팎으로 늘어나자 사무실을 강남 파르나스 타워로 옮길 예정이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에서 작년 봄부터 홍보를 시작해 1년 만에 전 국민이 이름을 알 정도로 시장에 진입했다"며 "테무는 알리 시행착오까지 수정하면서 더 빨리 침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무는 작년 7월 한국 진출 이후 신규 회원을 늘리기 위해 현금성 쿠폰을 뿌리고 룰렛 게임과 다단계 방식을 활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테무 한국인 이용자 수는 작년 8월 51만명에서 올해 2월 580만명으로 11배로 늘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집계 기준으로 지난 달 이용자는 829만명으로 전달보다 42.8% 폭증해 알리익스프레스(887만명)를 거의 따라잡았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테무의 국내 모바일앱 사용자 수는 지난 2월 434만명에서 지난 달 635만7천명으로 46.3% 급증했다.
이 업체가 추산한 알리익스프레스 모바일앱 3월 사용자 수는 694만명으로 테무와 거의 차이가 없다.
테무는 지난 2월 23일 한국 법인 '웨일코코리아 유한책임회사'(Whaleco Korea LLC)를 설립해 시장 공략을 더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테무가 현재 여러 마케팅과 홍보 대행사를 통해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알리처럼 상주 인력을 두고 조직도 체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알리와 테무가 앞으로 막대한 자금력을 투입해 한국 시장 공략을 더 강화할까 우려하고 있다.
시가총액을 보면 알리익스프레스 모기업 알리바바는 250조원(1천854억달러), 테무와 핀둬둬를 보유한 PDD홀딩스는 212조원(1천570억달러)으로 쿠팡 45조5천억원(337억달러)의 4∼5배에 이를 정도로 차이가 크다.
국내 소비자들은 당장 이들 중국 쇼핑플랫폼의 '초저가' 상품에 눈길을 주기도 하지만, 배송 지연과 낮은 품질 때문에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선 중국 플랫폼이 한국 시장에 제대로 정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도 적지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가 현금성 쿠폰을 뿌리고 초저가 제품으로 소비자 관심을 끌고 있으나 품질을 담보하지 않고는 한국에서 영업이익을 늘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알리와 테무가 한국 안방을 바로 공략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자 우리 정부가 개인정보 보호나 소비자 분쟁 대응, 농식품 원산지 표시 등에 문제가 없는지를 조사하는 등 감시망을 넓히고 있다.
국무총리 직속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실태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고학수 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 주재 특파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테무, 알리 등 중국 온라인 쇼핑 회사들의 이용자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이용되는지에 대한 측면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중국 내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 어느 수준으로 규정돼 있고, 실제 개인정보 보호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며 현재 진행중인 조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일단 출발점은 (중국 법률과 기업별 약관 등에 규정된) 개인정보 처리 방침과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대해 동의받는 과정, 수집된 정보가 중국 안에서 관리되는지, 제3국으로 가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라면서 우선 중국 기업 측에 질문지를 보내고 답을 받는 식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달 초 서울 중구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법인 사무실에 조사관을 보내 소비자 분쟁 대응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직원이 찾아가 농식품 원산지 표시 규정을 준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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