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우려' 교황, 부활 성야 미사 집전
전날엔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 예식 불참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최근 건강 우려를 자아낸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 대축일(부활절) 전야인 30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부활 성야 미사를 집전했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7시30분이 조금 안 되는 시점에 전 세계에서 온 6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부활 성야 미사를 집례하기 위해 휠체어에 탄 채 도착했다.
교황청은 앞서 이날 교황이 이번 미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미사에서 캄캄한 어둠 속에서 초에 불을 밝히는 의례 뒤 교황은 10분간 이탈리아어로 강론했으며, 큰 어려움 없이 말했다고 AFP는 전했다.
교황은 세상의 "이기심과 무관심의 벽"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증오의 잔혹함과 전쟁의 흉포함에 부서진 평화의 염원"을 한탄했다.
교황은 이후 8명의 성인에게 세례를 줬다.
올해 87세의 교황은 최근 감기와 기관지염에 시달리면서 일부 일정을 취소하거나 강론을 건너뛰기도 했다.
전날에도 로마 콜로세움에서 열린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 행렬에 불참했다.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이 행사 참석 일정을 막판에 취소하면서 다시 한번 건강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다.
교황청 공보실은 당시 "내일 철야 기도와 일요일 부활절 미사를 고려해 건강을 지키기 위해 교황이 오늘 저녁 카사 산타 마르타(숙소)에서 콜로세움에서 열린 십자가의 길 행렬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주님 수난 성지주일을 시작으로 오는 31일 부활절까지 이어지는 성주간은 가톨릭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로 인식되는 만큼 예식이 빼곡하다.
교황은 앞서 성목요일인 28일에는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 휠체어를 타는 대신 지팡이를 짚고 입장해 직접 준비한 원고를 읽는 등 한결 건강해진 모습으로 신자들을 맞았다.
또 같은 날 로마 교외 교도소를 찾아 재소자들의 발을 직접 씻겨주는 세족례를 하기도 했다.
31일에는 부활절 미사와 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뜻)가 예정돼 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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