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막 오르는 실적시즌…"기대 반 우려 반"
삼성전자 깜짝실적·수출 회복 기대감 고조…美 물가 이슈 진정
저PBR주 약세 심화 전망…외국인 차익실현·반도체외 업종 부진 소지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지난주 주식시장은 상승 탄력이 둔화되면서 숨고르기 양상을 보였다.
반도체주가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 속에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고 일부 소외 업종에서도 반등 흐름이 나타났으나, 앞서 장을 주도했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들이 부진하면서 코스피는 2,750선 부근에서 오르내렸다.
금주 2,800선 도전에 대한 기대가 살아 있다. 무엇보다 2년여 만에 '8만전자'로 올라선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증시 흐름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과도한 반도체 쏠림 현상과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 탓에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과 탄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1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9일 2,746.63으로 전주보다 1.93포인트(0.07%) 내려 한 주간 큰 변동이 없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주(25~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천280억원을 순매수했으나, 개인은 1조5천33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1천950억원 매도 우위였다.
증시 전반의 모멘텀이 약화된 가운데 반도체주가 독주하는 양상을 보였다.
업종별로 보면 기계(6.57%), 전기전자(2.86%), 의료정밀(2.71%)의 오름폭이 두드러졌다.
주중 연거푸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삼성전자[005930](4.44%)와 SK하이닉스[000660](7.77%)가 포진한 전기전자뿐만아니라, 기계와 의료정밀도 반도체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기계 업종에는 주간 수익률 1위 종목인 한미반도체[042700](42.54%)가 포함돼 있으며, 의료정밀 업종에는 주간 수익률 2, 3위를 기록한 반도체 장비업체 미래산업[025560](37.13%)과 디아이[003160](32.81%)가 속해 있다.
반면 앞서 저PBR 업종으로 주목받았던 보험(-7.10%), 증권(-6.16%), 금융(-5.44%), 전기가스(-3.44%), 운수장비(-3.13%) 업종은 차익실현 매물로 인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905.50으로 한주간 1.52포인트(0.16%) 올라 4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저PBR 가치주가 부진한 가운데 성장주로의 순환매가 나타나면서 제약·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로봇 등 종목들이 강세를 보인 결과다.
이번 주는 주 후반(4월 5일) 예정된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필두로 실적 시즌이 개막한다.
지난주 모멘텀 부재 속에 횡보했던 증시는 주요 기업들의 분기 성적표에 대한 기대 속에서 상승 동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호실적이 예고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가 5조4천억원까지 올라왔다. SK하이닉스 역시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조7조원까지 상향 조정됐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효과로 인해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어닝 서프라이즈 발표 효과가 극대화될 4월까지 외국인의 반도체 매수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주초(4월 1일) 발표되는 3월 국내 수출 지표의 증가폭이 커질 경우 수출 회복세가 뚜렷한 반도체, 전력기계 종목들의 상승 탄력이 커질 수 있다.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3월 1~20일 잠정 수출액은 반도체와 선박 수출이 전년 대비 각각 46.5%, 370.8% 늘어난 데 힘입어 11.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금주 전반적으로 한국 수출 및 기업 실적 호조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세를 시현할 것"이라며 "다만 단기 고점에 따른 조정 심리가 증시 상승폭을 제한할 것"으로 봤다.
미국 물가 이슈가 수그러들면서 후퇴했던 올 6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점도 증시에 우호적이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1월보다 0.1%포인트 낮아진 2.8%로 안정세를 보였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에 대해 "우리 기대치에 상당히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승 탄력은 약화하겠지만 코스피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금주 코스피 전망치를 2,650~2,850으로 제시했다.
반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인 저PBR주에 대한 차익실현이 계속되는 점은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4월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저PBR주들의 하락 폭이 커질 수도 있다.
코스피가 약 2년 만의 최고가를 기록한 시점에서 그동안 매수세를 유지해온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단기 차익실현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국인은 올해 1분기 15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순매수세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자금이 언제든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1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산업 전체와는 괴리가 있는 일종의 '착시'라는 분석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 전망 상향 조정이 소수 업종에 편중돼 있다. 조선, 화학, 화장품·의류, 중국 소비주 등의 실적 하향 조정이 뚜렷하다"면서 "4월 초 현실과의 괴리를 확인한 후 실적 기대가 점차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변준호 연구원 역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효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가 4월까지 추가 상승할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이 경우 외국인의 추가 매수세가 둔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1일 미국 3월 ISM 제조업 PMI, 한국 3월 무역수지
▲ 2일 미국 2월 구인이직보고서 구인건수
▲ 3일 미국 3월 ISM 서비스업 PMI
▲ 4일 미국 신규실업보험청구지수, 3월 유로존 서비스업 PMI
▲ 5일 미국 3월 실업률, 한국 삼성전자 1분기 잠정실적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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