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없어" 트럼프 회귀 '美공화 큰손들'…내달 대규모 후원행사
대항마 찾아 디샌티스·헤일리 지원했던 억만장자들 '보험들기' 회군
자금 기근 트럼프 희소식…티켓 최고가 11억원, 총 445억원 모금 기대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이게 현실이다."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이 자행한 의회 폭동 사태 이후 일제히 등을 돌렸던 보수 성향 공화당 '큰손'들이 대선 후보로 내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대열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를 세우기 위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롯해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등을 후원했던 억만장자 기업가들이 어쩔 도리 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의회 폭동 사태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던 공화당의 '큰손' 넬슨 펠츠가 대표적이다.
펠츠는 이달 초 플로리다 팜 비치의 호화 저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찬을 함께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호텔리어 스티브 윈, 마블 전 회장 아이작 펄머터 등도 동석했다.
펠츠는 회동 직후 아마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WP는 "대항마가 모조리 무너진 상황에서 한 때 등 돌렸던 공화당 엘리트 후원그룹이 사법 리스크를 포함해 문제점 투성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울며 겨자먹기로 돌아오고 있다"며 "이들 중 누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성적 지지자가 아니고 이 상황에 기뻐하지 않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보험을 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5%에 달하는 고율의 '백만장자세' 도입을 주창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은 이들 입장에서 한층 악몽인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태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는 계산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블랙스톤 CEO인 스티브 슈워츠만, 팀 스콧 상원의원과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했던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억만장자 후원자 리처드 율라인 등이 트럼프 전 대통령 후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철회를 선언했던 억만장자 로버트 비글로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비용으로 100만달러를 이미 후원했으며, 석유 재벌 해럴드 햄 역시 지난해부터 후원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테크 투자가이자 디샌티스 주지사를 지지했던 데이비드 색스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칭송하고 있고, 데이터 마이닝 기업 팔란티어의 공동 설립자인 조 론스데일, IBM 부회장인 개리 콘 등이 트럼프 전 대통령 편에 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율 측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지만 '쩐의 전쟁'이라는 정치자금 동원에 있어서는 한참 뒤처진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게다가 정치 후원금의 상당수를 재판비용으로 끌어 쓰고 있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들어가기도 전인 오는 8월께에는 자금이 바닥날 것이란 예측마저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바이든 대통령이 보유한 자금은 1억5천500만달러에 달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천700만달러에 불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장 전날 뉴욕에서 민주당 출신 버락 오바마·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출동한 후원 행사를 열고 '역대급' 2천500만달러를 거둬들이는 저력을 과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내달 해럴드 햄을 비롯해 설탕 거물 호세 판줄, 부동산 재벌 하워드 루트닉, 공화당 고액 후원자 레베카·밥 머서, 토드 리케츠, 워런 스티븐스, 부동산 사업가 스티브 위트코프 등을 포함한 후원자들을 주축으로 대규모 후원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입장료는 25만달러부터 시작하지만, 상당수 후원자가 최대 금액인 81만4천600달러(11억원)를 기꺼이 내놓을 전망이라고 WP는 전했다.
81만4천600달러를 지불한 후원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테이블에 배정받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행사로 3천300만달러(445억원)의 후원금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장 내달 초까지 '부동산 부풀리기 사기 대출 의혹' 2심 재판을 위해 공탁금 1억7천500만달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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