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한미 회장 "바뀐 것 없다…'신약명가' 방안 다시 찾겠다"
한미사이언스, 통합 무산 OCI에 "양사 관계 복잡하게 만들어 송구"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진 구성과 관련해 두 아들 측에 패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29일 "회장으로서 말씀드린다. 한미에 바뀐 것은 없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이날 그룹사 게시판에 "(OCI와의) 통합이 최종 성사에 이르지 못해 회장으로서 미안한 마음"이라며 "조금 느리게 돌아갈 뿐, 지금까지와 변함 없이 가야 할 길을 가자"며 이같이 글을 남겼다고 한미그룹은 전했다.
송 회장은 "임성기 선대 회장 타계 후 발생한 여러 어려움 속에서 '신약 명가' 한미의 DNA를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최선의 길이란 경영적 판단으로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했다"며 "지난 두 달여간 소란스러웠던 회사 안팎을 묵묵히 지켜보며 소임을 다해준 임직원께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수의 새 이사진이 합류할 예정이어서 임직원 여러분이 다소 혼란스러워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조금 느리게 돌아갈 뿐이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그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안을 만들게 했던 여러 어려운 상황은 그대로이므로, 경영진과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가 힘을 합해 '신약 명가' 한미를 지키고 발전시킬 방안을 다시금 찾아보겠다"며 "임직원 여러분은 지금처럼 맡은바 본분에 최선을 다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송 회장이 이 같은 글을 남긴 것은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008930] 주주총회 결과와 별개로 자신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회장이자 그룹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업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날 주총 결과로 인한 임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취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는 신규 이사 선임 안건에서 송 회장의 장녀 임주현 부회장과 통합 파트너였던 이우현 OCI홀딩스[010060] 회장 등 송 회장 측이 제시한 후보 6명이 모두 탈락하고, OCI그룹과의 통합에 반대한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가 제안한 후보 5명이 모두 선임됐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임종윤·종훈 형제를 비롯해 형제 측 이사가 5명으로 송 회장 등 종래 이사진 4명을 넘어서게 됐다.
다만 송 회장은 2026년 3월29일까지 사내이사 임기가 남아있고, 신유철·김용덕·곽태선 등 기존 사외이사도 내년 3월24일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한동안 형제 측과 모녀 측 인사들이 이사회에 공존하게 된다.
이와 관련, 임종윤·종훈 형제는 전날 주총 이후 기자들을 만나 "어머니와 여동생이 같이 가기를 원한다"며 "앞으로 가족들이 다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회사 발전에 집중하며 겸손한 모습으로 커 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OCI그룹과의 통합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별도 보도자료를 내고 OCI[456040] 측에 감사와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자체적으로 신약 개발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양사가 마음을 터놓고 뜨겁게 협력했다"며 "이 시간을 함께해준 OCI 측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본의 아니게 양사 관계를 복잡하게 만든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 앞선다"며 "OCI그룹 모든 임직원, 그리고 대주주 가족분들께도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통합은 어렵게 됐지만 양사가 협력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있다면 마음을 열고 협력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OCI그룹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한미그룹도 변함없이 신약 개발을 향한 길을 올곧게 가겠다"고 말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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