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치안악화 부추긴 '美총기'…장난감 포장에 밀반입도
플로리다·텍사스 등지서 들여와…유엔 "전체 총기류, 50만정 추정"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치안 안정화를 위해서는 갱단의 손에 들려져 있는 미국산 총기류 압수와 밀반입 감시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최근 민권 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 등과 함께 참석한 행사에서 "아이티 무장 갱단의 준동을 막기 위해서는 아이티로의 총기 유입을 차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총기 단속과 관련한 당국과 다른 연방 기관이 아이티로 향하는 총기 반입 흐름을 조사하게 할 의무가 있다"며 "아이티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무기 직접 생산 시설이 없는 아이티로의 총기 밀반입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다만, 요새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전쟁용 고(高) 구경 무기들까지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게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우려 사항 중 하나다.
지난 1월 발표된 유엔 보고서를 보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는 AK47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소총, 기관총, 9㎜ 권총 등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든 종류의 총기류가 넘쳐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총기류 규모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합법적 경로를 통해 취득한 것들을 포함해 50만정 안팎의 총기류가 아이티에 있는 것으로 유엔은 추산했다.
이들 무기는 주로 갱단과 연계된 미국 내 대리인들에 의해 해상·육상 화물에 숨겨져 아이티로 반입되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발송 지역은 대체로 플로리다, 텍사스, 조지아 등 아이티와 가까운 남부 지역이다.
BBC는 과거 주요 항구에서 수시로 시행된 컨테이너 검사를 통해 장난감 포장이나 의류 더미 속에 총기류를 숨겼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티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찰과 갱단원 간 무력 충돌이 지속해서 보고되고 있다.
이 나라에는 현재 29일까지 비상 통행 금지령(오후 7시∼다음 날 오전 6시)이 내려져 있다.
항구 주변 치안 상황이 특히 악화한 가운데 한국 업체를 포함해 아이티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이 제때 물류 운송을 하지 못해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은행과 전력망에 대한 갱단 공격 이후 달러 이체 업무 등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를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는 대피를 원하는 자국 교민을 이웃 주변국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경로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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