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도 '건전재정'…R&D·저출산·의료엔 중점 투자(종합)
예산안 편성지침 확정…총지출 680조~690조 안팎, R&D예산 30조원대 예상
재량지출 10% 이상 구조조정…국세감면 77조1천억, 감면율 16.3%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박원희 기자 = 내년도 정부예산은 연구·개발(R&D), 저출산 대응, 필수·지역의료 확충 등에 중점 투입된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래세대와 관련된 부문에는 투자를 늘리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5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확정했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내년 재정운용 기조와 투자 중점, 재정혁신 방향 등을 담은 원칙으로, 내년 예산 편성의 시작을 의미한다.
각 부처가 내년 예산안 편성 때 준수해야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가 담기지는 않는다.
다만 건전재정 기조에 따라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도 최대한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산은 총지출 기준 656조6천억원으로, 작년보다 불과 2.8% 늘어난 규모다.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 역시 5%를 밑도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는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서 2025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4.2%로 제시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680조~690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
기재부는 보도자료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해 미래세대에 대한 재정의 책임성을 제고하는 가운데 민생과 현장의 수요를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예산지침에도 재량지출을 10% 이상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담았다.
인건비를 비롯한 '경직성 지출'을 제외한 순수한 의미의 재량지출은 120조~14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10%를 기준으로 최소 12조~14조원을 구조조정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2년 연속으로 20조원대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효율적인 재정관리를 위해 재원 여유가 있는 기금·회계에 대해선 다른 기금·회계로 전출·예탁을 활성화한다. 특히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해 부문별 불균형, 중앙·지방 역할 분담 등을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가파른 저출산에 따른 교육재정교부금 여윳돈의 활용방안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4대 중점 투자 부문으로는 ▲ 경제 혁신 생태계 조성 ▲ 두터운 약자 복지 ▲ 미래대비 체질개선 ▲ 튼튼한 안보·안전한 사회 등을 제시했다.
우선 혁신생태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혁신·도전형 연구, 인공지능(AI)·첨단바이오·양자 등 미래전략분야, 신진연구자 지원 등을 중심으로 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예산편성 당시 고강도 구조조정 대상이었던 R&D 예산을 확충하는 쪽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31조1천억원에서 올해 26조5천원으로 쪼그라든 R&D예산이 다시 늘어난다면 30조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강화하는 것을 비롯해 약자 복지 기조도 이어간다.
미래 대비 차원에서는 인구 변화를 최우선 현안으로 꼽았다. 일·가정 양립, 돌봄·자녀교육 지원 등으로 저출산 위기에 대응하고, 청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주거·자산형성·국가장학금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안전과 관련해선 필수·지역 의료에 중점 투자한다. 중증응급·분만·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분야를 확충하고 지역의료를 강화하는데 뒷받침하고, 의료 R&D와 의대 증원 관련 예산도 적극 편성한다.
김동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재정투자 시스템의 획기적 전환을 전제로 혁신·도전형 R&D를 대폭 확대하고 저출산 대응을 강화하겠다"며 "청년의 미래 도약, 일자리·인재·정주요건 등 지방시대의 구현, 필수·지역의료 확충 등 당면과제 해결도 적극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예산안 편성 지침과 함께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방향도 마련했다.
예산안의 4대 중점 투자 부문에 맞춰 적극적인 기금 운용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R&D 혁신, 저출산·고령화 인구구조변화 대응, 청년층 지원, 재난·응급의료 역량 강화 등에 주력한다.
건전재정 기조에 맞춰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건전성 제고에도 나선다.
사업 타당성을 전면 재점검해 우선순위가 낮고 성과가 미흡한 사업을 삭감·폐지하고 유사중복 사업은 정비한다.
기획재정부는 5월 말까지 각 부처로부터 받은 예산요구안을 토대로 6~8월 중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협의, 국민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정부 예산안을 편성, 9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2024년 조세지출 기본계획'도 확정됐다. 조세지출은 세금을 면제하거나(비과세) 깎아주는(감면) 방식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비과세·세액공제·소득공제 등 국세감면액은 올해 77조1천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69조5천억원)보다 7조6천억원 불어난 규모다.
국세세수 대비 감면율은 올해 16.3%로 법정한도(14.6%)를 1.7%포인트 넘어서게 된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감면 한도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런 감면 총액은 작년 8월 말 발표한 '2024년 조세지출예산서' 수치를 재인용한 것이다.
기재부는 '육아친화기업 통합고용세액공제 혜택 확대'와 '일반 R&D 비용 증가분 세액공제율 한시상향' 등 조세지출 2건 대해 예비타당성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고 연간 감면액이 300억원 이상인 조세지출 7건에 대해서는 성과분석을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4월 말까지 각 부처별로 조세지출 평가서·건의서를 제출받고 부처협의를 거쳐 세법개정안에 반영한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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