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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뉴욕 지하철 타도 되나요' 묻는다면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최근 뉴요커들 사이에선 지하철역에 주 방위군이 투입된 게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뉴욕 지하철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뉴욕 시민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얼마 전 한 시민단체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지하철 안전수칙'을 가르치는 것도 봤다. 그렇다고 군을 투입할 정도로 치안이 위험했던가. 뉴욕 지하철을 거의 매일 타는 기자 본인도 고개가 다소 갸우뚱해지는 지점이긴 하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지난 6일 뉴욕 지하철 치안을 위해 시내 주요 역사에 주 방위군을 세워두고 불심검문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군인이 주는 이미지가 강렬해서 그렇지, 실제 발표 내용을 뜯어보면 경찰 인력을 확대 배치하겠다는 것과 실질적으로 별반 다를 바는 없다.
이런 정책이 나온 배경에는 지하철에서 강력범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감이 높아졌다는 점이 꼽힌다. 물론 여기에는 논란이 있다. '숫자'(통계)는 다소 다른 얘기를 하기 때문이다. 뉴욕경찰에 따르면 올해 2월 중범죄는 169건으로 1년 전보다 9.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지하철 이용객은 10% 넘게 늘었다.

경찰 출신인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이 같은 통계를 기반으로 하루 400만명이 이용하는 뉴욕 지하철이 안전해지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 애를 쓰고 있다. 애덤스 시장은 이미 2022년 10월 시민인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을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지하철역에 경찰관 배치를 크게 늘리고 검문을 강화한 바 있다.
시민 불안감이 실제로 높아졌는지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의 '시민 만족도 설문결과'를 보면 작년 11월 6일∼20일 시행한 조사에서 지하철 객실 안전 만족도는 54%로 6개월 전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지하철 역사 안전 만족도는 51%로 반년 전보다 3%포인트 올랐다. 여전히 절반은 불안해 하지만 개선은 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물론 통계가 실제 시민이 체감하는 불안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보긴 어렵다. 일례로 지난해 여름 뉴욕시 로커웨이 해변에서 상어가 나타나 한 여성이 부상을 입자 뉴욕시가 이 해변을 한동안 폐쇄한 적이 있었다. 해수욕장에서 상어에 공격을 당할 확률은 상당히 희박하지만, 이 같은 사건이 한 번만 발생해도 사람들은 그 해변이 가길 꺼리게 된다.
뉴욕 지하철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몇 건의 강력범죄가 시민들의 머릿속에 남아 불안감을 높이기 때문이다. 2022년 1월 타임스스퀘어 지하철역에서 정신이상 노숙자가 아시아계 여성을 선로 위로 떠밀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뉴욕 시민들은 여전히 지하철이 플랫폼에 들어설 때마다 바짝 긴장하며 뒤로 한 발 더 물러선다.
올해 1월에는 지하철에서 다툼을 말리던 한 40대 남성이 괴한의 총격 2발을 맞아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시민들은 지하철에서 누군가 소란을 피우거나 다투는 일을 보면 괜히 관여하지 말고 조용히 다른 객차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는 점을 경험칙으로 배운다.

행정은 숫자에 기반하지만 정치는 감성에 기반한다. 미 언론에서는 호컬 주지사가 '주 방위군 투입' 카드를 꺼낸 것을 두고도 정치적 동기에 기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정치적 올바름만 앞세우고 치안 유지를 뒷전에 둔다'라는 게 공화당의 공격 포인트인데, 11월 선거를 앞두고 이런 인식을 깨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남의 나라 정치 얘기는 그만두고, '그래서 뉴욕 지하철 타도 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뉴욕 지하철은 위험하고 조심해야 하는 게 사실이지만 생각만큼 위험하지는 않다. 물론 혼자 밤늦게 이용하는 것은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겠다" 지난 금요일 퇴근길 만원 뉴욕 지하철에서 '고장으로 운행이 중단됐다'는 방송을 듣고 열차에서 내리면서 생각한 답이다. 이 또한 익숙해져 가고 있는 뉴욕의 일상이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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