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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조 쩐의 전쟁'…한국, 글로벌 이커머스 격전지로(종합)
토종업체·쿠팡에 C-커머스 가세…10여곳, 300조 시장 놓고 쟁투
초국경 사업 확대 가능성…해외직구·역직구 강화 움직임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발 '쓰나미'가 시작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 구도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기존 토종 업체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미국과 중국, 다른 아시아 국적 업체까지 가세해 한국이 글로벌 이커머스 격전지가 된 양상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227조원대. 이 시장을 장악하고자 국내외 10여개 업체가 투자했거나 투자할 자금은 어림잡아 13조원을 웃돈다.
JP모건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이 2026년에 30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토종과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의 경쟁도 그만큼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 '초저가 물량 공세' 한국 시장 뒤흔드는 C-커머스
2018년 한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인기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플랫폼 마케팅을 본격화하며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지난해 10월 한국상품 전문관인 케이베뉴(K-베뉴)를 개설해 한국 셀러를 끌어모으기 시작했고 상품 영역도 가공·신선식품으로 확대했다. 1년 새 한국 시장 공략에 가속 페달을 밟은 셈이다.
덩달아 이용자 수도 급증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앱 월간 사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지난해 2월(355만명)과 비교하면 130% 급증한 것이다.
종합몰 이용자 수 순위에서도 11번가(736만명)를 제치고 2위까지 치고 올라와 쿠팡(3천10만명)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지난해 7월 한국 서비스를 개시한 중국계 이커머스 테무도 7개월 만에 581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종합몰 이용자 순위 4위에 안착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C-커머스의 공습'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물류센터 설립 등을 포함해 3년간 11억달러(약 1조4천471억원) 규모의 한국 투자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나면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업계에선 알리익스프레스가 이커머스 사업을 위한 최적의 환경에 주목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17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 외에 탄탄한 물류 인프라, 서비스에 필요한 고도의 정보기술(IT),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 성향, 구매력 있는 인구 등 여러 요인이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전 세계에서 점점 인기가 올라가는 K-상품을 플랫폼에 탑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견해도 있다.

◇ C-커머스 공습에 기존 이커머스들 '생존 갈림길'
알리익스프레스의 대규모 투자 계획에 기존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 이미 진입해있는 업체들이 지금까지 쏟아부은 투자액은 공개된 것만 최소 12조원이다.
미국 뉴욕 증시 상장사인 쿠팡이 전국 물류망 구축 등에 6조2천억원을 투자했고 신세계그룹은 3조5천억원을 들여 G마켓을 인수했다. 11번가는 5천억원, 컬리는 1조원을 각각 투자받아 사업 자금으로 썼다.
이밖에 싱가포르 기반의 글로벌 이커머스 큐텐이 2022∼2023년 사이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등 3개 사를 인수하는 데 쓴돈은 6천억원대로 알려졌다.
알리바바가 계획한 투자액까지 포함하면 최소 13조원대의 자금이 한국 시장에 몰린 것이다.
문제는 쿠팡을 제외한 기존 이커머스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손실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무리한 몸집 불리기 경쟁 탓이다. 더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부터 수익성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피나는 체질 개선 작업에 들어갔으나 아직은 그 효과가 가시화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 토종 이커머스 관계자는 "생존을 위한 피 나는 '군살빼기' 와중에 알리·테무라는 쓰나미를 맞게 된 터여서 내부적으로 느끼는 위기의식은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이커머스 최강자 쿠팡도 초조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쿠팡은 연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흑자 6천억원을 달성하며 창립 13년 만에 '유통 제왕'으로 공인받았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중국산 초저가 상품을 내세워 한국 시장을 파고들면서 더는 과거와 같은 성장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와이즈앱 기준 1년 새 증가한 쿠팡 앱 이용자 수는 57만명으로 알리익스프레스(463만명)와 테무(581만명)에 한참 못 미친다.

◇ '초국경 이커머스' 시장 넓어지나…해외로 눈 돌리는 업체들
업계에서는 C-커머스의 한국 진출을 계기로 초국경(크로스오버) 이커머스 시장이 확대돼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크로스오버 이커머스는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장 개념으로 통상 해외에서 상품을 사들이는 '직접구매'(직구)와 해외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역직구'를 통칭한다.
지금까지 이커머스가 국내 셀러를 모집해 국내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했다면 초국경 이커머스는 해외셀러·소비자로 제품소싱과 판매망을 넓힌 게 특징이다.
초국경 이커머스에 힘주는 움직임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G마켓은 오는 20일 중국 선전에서 현지 셀러를 초대해 사업설명회를 한다.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직구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다.
역직구 사업도 강화한다. 지난달에는 몽골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와 한국 상품 판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달 30만개의 G마켓 상품을 소개하고 점차 그 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쿠팡은 2022년 10월 대만에 로켓직구·로켓배송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1년 새 현지 2곳에 대형 통합물류센터를 마련했고 올해 상반기에 3호 시설을 가동할 예정이다.
중국에는 현지 셀러 배송 업무를 책임지는 로켓그로스를 지난해 하반기 도입했다. 현지 셀러 상품 판촉을 위한 국내 라이브 커머스(라방)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9개 지역을 돌며 우수 셀러를 모집하는 설명회도 열었다.
큐텐이 북미 기반의 글로벌 쇼핑 플랫폼 '위시'(Wish)를 2천300억원이라는 거액에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큐텐은 자회사인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와 연동해 위시를 한국 상품 판매의 전초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지난해 6월 한국에 사무소를 개설한 일본 대표 이커머스 라쿠텐 이치바도 한국을 거점으로 한 초국경 사업에 뛰어들었다. 라쿠텐은 한류의 인기를 활용해 한국 상품을 자국 시장에 소개하는 역직구는 물론 국내 고객에 일본 여행상품 등을 판매하는 직구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국경 이커머스 사업은 아직 국내에 절대 강자가 없다는 점에서 기회를 엿보는 움직임이 있다"며 "국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 질수록 해외에서 성장 가능성을 탐색하는 분위기는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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