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투표함'에 온라인 표도 공정성 논란…"답정너 푸틴 대선"
"'조작의 문 활짝'…공무원, 투표 인증샷 제시 명령 받기도"
WP "푸틴이 이길 수밖에 없는 선거"…러 대선 민낯 조명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15일(현지시간) 시작되는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5선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투표의 공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왜 푸틴은 항상 이기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예전부터 대중의 목소리를 이용해 선거를 조작하는 수법 등으로 항상 승리해왔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1999년 12월 31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퇴진으로 대행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다. 2000·2004·2012·2018년 대선에서 승리했고, 2008∼2012년에는 총리로 물러나 있었지만 실권을 유지했다.
이를 위해 푸틴 대통령은 언론, 법원, 의회, 선거관리위원회 등의 민주적 제도를 꾸준히 파괴해왔다고 WP는 꼬집었다.
이번 대선에서 5선에 성공하면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6년 더 정권을 연장할 수 있다. 모두 30년간 크렘린궁 자리를 지킴으로써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29년 집권)의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크렘린궁이 통제하는 미디어는 푸틴만이 안정을 보장할 수 있다고 러시아인들을 설득하기 위한 선전을 쏟아내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만이 할 수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항한 죽기 살기의 전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에 걸쳐 시행되는 이번 대선에서 투표함 조작의 문이 활짝 열려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내 27개 지역과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2곳에서는 절차가 불투명한 온라인 투표가 시행되는데, 이는 투표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이유로 비판받고 있다.
온라인 투표는 이번에 최초로 도입됐는데, 집에서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등으로 특별 사이트에 접속해 디지털 코드로 신원을 확인하고 원격으로 투표하는 것이다.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공정한 선거 감시가 어려워져 조작이 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독립선거단체 '골로스'(Golos)는 러시아 당국에 의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규정한 국제기구와 협력한 혐의를 받으며, 이 단체 공동 의장인 그리고리 멜코니얀츠는 구금 상태다.
도네츠크 등 러시아가 통제 중인 점령지에서 시행한 사전투표도 비밀 투표가 보장되지 않는 등 부실한 관리가 논란이 됐다. 선거관리 직원들이 투명한 투표함을 들고 가정집을 방문하고, 군인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접지도 않고 투명한 투표함에 넣는 모습이 공개된 것이다.
이 밖에도 공무원들과 국영 기업 직원들은 정부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푸틴에게 투표한 휴대전화 사진을 보여줄 것을 명령받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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