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대만 총통, 국민당 아닌 민중당 주석과만 만난 까닭은
선거 패배 '앙금'·'친중' 제1야당 국민당, '친미·독립' 차이잉원 총통과 거리두기
국민당 버금 총통 득표율·캐스팅보트 쥔 제2야당 민중당, '수권 세력' 염두 둔 행보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 퇴임을 두 달여 앞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야당 수뇌부 회동 제의에 제1야당인 국민당은 거절했지만, 제2야당 민중당은 흔쾌히 응해 관심을 끈다.
15일 중국시보와 연합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전날 총통 관저에서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주석과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차이 총통의 회동 제의에 커 주석이 응하면서 만남이 성사됐다.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의 오는 5월 20일 취임식을 앞두고 차이 총통은 야당 수뇌부와 회동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국민당의 주리룬 주석의 경우, 춘제(春節·설) 연휴에 차이 총통이 만남을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대만언론이 전했다.
국민당 측은 주 주석이 퇴임이 임박한 차이 총통과 회담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대만 내에선 지난 1월 13일 라이칭더 총통 당선으로 3연속 집권에 실패한 국민당이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정권에 여전히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을뿐더러 중국을 의식해 차이 총통을 기피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을 표방한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558만6천표, 득표율 40.05%를 기록한 반면 친중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는 467만1천표, 33.49%에 그쳤다.
국민당은 패배 이후에도 '92 합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1992년 합의) 동의와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표방하면서, 사실상 중국 당국의 대화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샤리옌 국민당 부주석은 중국 현지의 대만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명분으로 총통선거를 한 달여 앞둔 작년 12월에 이어 지난달 26일, 그리고 지난 13일 방중해 '메신저'를 자처하고 있다. 샤 부주석은 쑹타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산하 대만공작판공실 및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과 자주 만난다.
외교가에선 이를 통해 중국이 라이칭더 총통 취임 이후에도 민진당 정부와는 단절하고 국민당과의 채널을 통한 대(對)대만 정책을 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와는 달리 민중당은 민진당 정부와 접촉에 적극적이다.
민중당의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가 지난 선거에서 369만표, 26.46% 득표율로 국민당에 버금가는 3위에 올랐고,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전체 113명 중 민진당(51명)과 국민당(52명)이 과반을 이루지 못한 가운데 8명의 당선자를 내 캐스팅보트로서 결정권을 갖게 되는 등 위상이 달라진 점도 민중당이 적극 행보를 하는 배경으로 보인다.
젊은 층 사이에서의 인기 등을 고려할 때 4년 후 총통선거에선 국민당이 아닌 민중당의 수권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미래 수권정당'으로 국정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보는 차이 총통과 커 주석이 노동보험·연금 개혁, 국방 예산 인상,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의제로 의견을 나눈 뒤 식사로 우육면을 함께 했다고 전했다.
jihnbi100@yna.co.kr, kji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