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밀유출 가담자 "기소, 마녀사냥 아니다" 주장
마러라고 직원 CNN 인터뷰…수사대상 유출기밀 빼돌릴 때 힘보태
나중에 알고 폭로 결심…고의적 수사방해 뒷받침 정황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밀유출 사태의 심각성을 보태는 핵심 증인이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의 직원 브라이언 버틀러(41)는 11일(현지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유출기밀에 대한 수사 중에 발생한 일부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
버틀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2002년부터 알고 지내며 마러라고 리조트에 20년 동안 고용된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유출 사건 공소장에 '트럼프 피고용인 5'로 나온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유출 수사가 속도를 내자 기밀을 또 다른 곳에 빼돌리거나 은닉 증거를 인멸하려는 정황이 드러난다.
버틀러는 2022년 6월 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보좌관인 월트 노타(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범 기소)에게서 이례적인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승합차를 빌려 뭔가를 조심스럽게 공항까지 운송해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버틀러는 트럼프 가족이 이동할 때 차량에 짐을 옮기곤 했는데 개인 보좌관이 개입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문건이 담긴 다수 이삿짐 상자를 승합차로 옮기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용기에 싣는 것까지 도왔고 덧붙였다.
이 사건이 벌어진 시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유출 수사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기밀유출 수사는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폭동을 조사한 하원 특별위원회가 백악관 문건의 반출을 포착하면서 시작됐다.
연방 대배심은 2022년 5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져간 모든 기밀문서를 반환하라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버틀러는 나중에 수사기관에 불려간 뒤에 운송에 힘을 보탠 짐이 기밀문서였다는 점을 알았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두 달 뒤인 2022년 8월에 마러라고에 찾아와 남은 기밀문건 수백건을 회수해갔다.
그 과정에서 있어야 할 문건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사실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환해야 할 기밀문건을 다른 곳으로 서둘러 빼돌리면서 법집행을 방해했다는 얘기가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연방법원에 2023년 6월 9일 기소됐다. 전·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첫 사례였다.
혐의는 단순히 백악관에 있던 기밀을 퇴임 때 실수로 자택으로 가져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곳에 방치한 정도가 아니었다.
핵무기 기밀 등 고도로 민감한 비밀문건을 고의로 빼돌려 사적인 공간에 숨기고 이를 찾으려는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혐의까지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 37건에 달하는 이 같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버틀러는 사건 윤곽이 알려지면서 구체적 사실을 폭로하고 싶었다며 이번 사안이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처럼 마녀사냥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좌관들이 마러라고 리조트에 있는 감시 카메라에 관심을 갖고 나누는 대화도 들었다며 수사방해를 위한 증거인멸 의혹도 제기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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