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실패 vs 지원부족…전세악화에 미국·우크라 서로 불만
미 "우크라군 역량 분산…우리 조언 듣지 않아"
우크라 "미국 지원 미적거려 전선에서 밀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이 우크라이나군에 불리해진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미국 사이에 서로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양국 동맹이 삐걱거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미국의 군사 지원이 지지부진한 점,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가 군사 전략·전술과 관련해 미국의 조언을 듣지 않고 실수를 되풀이하는 점을 놓고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미 국방부 입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우크라이나군이 한 번에 하나의 큰 전투에 역량을 집중하지 않는 점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단 한 치의 우크라이나 영토도 내주지 않겠다면서 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마을들을 되찾으려는 전투에 병력을 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달 러시아에 함락된 동부 도네츠크의 격전지인 아우디이우카 전투다.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이 마을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큰 비용을 치르고 방어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여름 우크라이나군이 야심 차게 행한 대반격의 실패도 미 국방부가 보기에는 미국의 조언을 따르지 않은 결과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등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군에 길이 약 900㎞ 이상인 전선에서 단일한 주 공격에 집중해 그곳에서 러시아군의 요새화된 방어망을 돌파하라고 권고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당시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에 동의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을 설득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은 병력 일부는 동부 전선에, 나머지 일부는 남부 전선에 두는 식으로 병력을 분산시켰고 결국 대반격은 실패했다.
미 국방부의 우크라이나·러시아 담당 고위 관리를 지낸 에벌린 파르카스는 "미국 쪽은 군사적 조언을 (우크라이나에) 줬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껴져 불만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작은 것까지 일일이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의 조언을 듣지 않아 대반격에 실패한 지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미국 측 의견을 듣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인다는 것이 미 국방부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미 국방부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에 군사 작전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보급선이 지나는 크림반도를 겨냥한 장거리 타격에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미군 당국자 3명이 NYT에 전했다.
이에 비해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미국 내 정치적 대립으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이 지체되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포탄 등 우크라이나에 절실히 필요한 군수 물자를 공급하기 위한 601억 달러(약 80조원) 규모의 지원 예산안은 미 의회에서 공화당의 반대로 막힌 상태다.
이 때문에 포탄·탄약 등이 부족해지고 전선에서 차츰 밀려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사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곡사포·로켓·박격포 등 포화가 거의 쉬지 않고 계속 쏟아졌지만, 우크라이나군에서 반격하는 사격은 눈에 띌 정도로 빈도가 낮았다고 NYT는 전했다.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는 "러시아군이 진격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쪽) 탄약 부족"이고 아우디이우카 함락도 미국의 지원 실패 때문이라면서 미국이 행동하지 않는 것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또 바이든 미 행정부가 전투기·장거리 미사일 등 첨단무기 시스템 지원에서 지지부진하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전직 미국 정보관리인 에밀리 하딩은 지난달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우크라이나전 토론회에서 "로마가 불타는데 우리는 악기를 켜고 있다"면서 "우리가 초기부터 미적거리지 않았다면, 우리가 제공해야 할 것들을 실제로 제공했다면 지금 사정은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방 관리들과 군사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의 지원이 없으면 우크라이나군 전선이 연속적으로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만 이런 불만에도 미국이나 우크라이나나 서로 멀어지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미 정보당국은 여전히 러시아군의 지휘소·탄약 저장고 등 핵심 지점 위치를 비롯한 상당한 양의 실시간 정보를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고 있으며, 미 국방부도 우크라이나에 자금·무기·탄약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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