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1.49명 사상 최저…"고통스러운 양육비에 집값도 높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출산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영국 정부가 아동수당 혜택을 확대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은 7일(현지시간)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이 전날 발표한 봄 재정계획·예산안에는 약 50만 가구에 연 1천260파운드(약 215만원)씩 혜택이 돌아가는 아동수당 부담금 인하 방안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2013년 도입된 제도로는 부모 중 한 명이 연 소득 5만 파운드(약 8천500만원)를 넘으면 아동수당 수급 부담금이 차등 부과돼 아동수당이 줄기 시작하고 6만 파운드(약 1억200만원)부터는 이를 아예 받지 못했다.
이번 발표에 따라 다음 달부터 아동수당에 부담금이 부과되기 시작하는 기준액이 5만 파운드에서 6만 파운드로 완화된다.
이에 따라 부담금이 아동수당과 같아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득 기준도 8만 파운드(약 1억3천600만원)로 높아진다.
신문들은 이같은 지원 정책이 예고되지 않은 '깜짝 발표'라고 평가했다.
기존 정책은 10년여간 물가상승에 따른 임금 상승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중산층에게 비판받아 왔다.
이번 발표는 영국 정부가 지난해 아동수당을 인상하고 보육기관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한 데 이어 추가로 나왔다.
영국 정부는 2025년까지 9개월 이상 영유아를 둔 맞벌이 부부에게 최대 주 30시간 무상 보육을 제공키로 하고 다음 달부터 1단계 시행에 들어간다.
그러나 보육 기관들은 물가상승과 인건비 증가 등으로 정부 지원금만으로는 무상 보육을 정부 약속만큼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유럽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출산율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말 영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2022년 기준 합계 출산율(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은 1.49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영국의 합계 출산율은 2010년 이후로 하락세다.
영국에서도 출산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비싼 집값과 치솟는 육아비용이 꼽힌다.
여성과 부모 지원 단체인 '프레그넌트 덴 스크루드'의 졸리 브리얼리 최고경영자(CEO)는 "출산율이 바닥을 치는 게 놀랍지 않다"며 "아이를 갖는 건 영국에서 사치다. 자녀 양육비가 고통스러울 정도인데 그것도 집이 있는 사람 얘기"라고 꼬집었다.
영국 정치인들은 출산을 장려하는 것을 꺼려 왔으나 최근 보수당 일각에서는 출산율 저하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여성예산그룹의 메리 앤 스티븐슨 박사는 가디언에 "문제는 사람들에게 아이를 낳도록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원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자녀를 갖도록 지원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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