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美경선 분수령 슈퍼화요일…사실상 트럼프 대관식 되나
16곳 동시 경선…대의원 30% 이상 배정, 바이든-트럼프 본선 구도 확실시
트럼프, '이변' 없으면 이달 중순 매직넘버 확보할듯…헤일리 거취 주목
미시간서 무슬림 표심에 놀란 바이든, 당내 회의론 불식 여부 관건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11·5 미국 대선 후보 선출의 분수령이 될 '슈퍼 화요일' 경선이 오는 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텍사스 등 15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치러진다.
민주·공화 양당 경선 초반 전승 가도를 이어가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워싱턴 D.C.를 제외한 모든 경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슈퍼 화요일 경선을 통해 각각 후보 등극을 '시간 문제'로 만들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특히 공화당의 경우 유일하게 남은 당내 경선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슈퍼화요일을 기해 거취를 결심할 경우 사실상 트럼프의 대관식이 될 공산이 적지 않다.
민주·공화 양당은 캘리포니아·텍사스·미네소타·노스캐롤라이나·앨라배마·아칸소·콜로라도·메인·매사추세츠·오클라호마·테네시·유타·버몬트주에서 공히 예비경선(프라이머리)을 개최한다.
그리고 아이오와에서 민주당 프라이머리, 사모아에서 민주당 코커스(당원대회), 알래스카에서 공화당 프라이머리가 각각 진행된다.
◇워싱턴 DC 일격에도 강력한 대세론…사실상 대관식 되나, 헤일리 거취 주목
우선 공화당의 유력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와 큰 차이없는 결과를 슈퍼 화요일에 낼 경우 이달 중순 대선후보 자리를 확정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공화당의 경우 전체 대의원 2천429명 가운데 약 36%인 874명이 슈퍼 화요일에 주인을 찾아 가게 된다.
후보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대의원의 과반인 '매직넘버' 1천215명을 확보해야 하는데, 3일까지 트럼프가 확보한 대의원수는 247명으로 헤일리(43명) 전 대사에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 경선 관련 전국 여론조사에서 80%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슈퍼 화요일에 걸린 대의원 중 약 90%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예상대로 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장 빠를 경우 조지아·하와이·미시시피·워싱턴주에서 경선이 열리는 12일, 좀 더 늦어지면 애리조나·플로리다·일리노이·캔자스·오하이오주 경선이 진행되는 19일에 대의원 과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미국 주요 매체들이 예측하고 있다.
3일 끝난 워싱턴 D.C. 경선에서 첫 승리를 거둔 헤일리 전 대사는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그 기세를 이어가며 레이스를 이어갈 '명분'과 '근거'를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
1월 경선 개시 이래 헤일리 전 대사는 미국민 다수가 바이든-트럼프의 재대결을 원치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세대교체론을 강조하는 한편, '소비에트식 1인 경선은 안 된다'며 슈퍼 화요일까지는 레이스에 남아 있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헤일리 캠프 선거자금의 핵심 공급원 역할을 했던 공화당 '큰 손' 찰스 코크의 정치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이 지난달 24일 헤일리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직후 지원을 중단하면서 헤일리 전 대사는 기로에 섰다.
슈퍼 화요일에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뛰어넘는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사퇴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헤일리 본인도 1일 기자들과 만나 "경쟁력이 있는 한 (경선을) 이어갈 것"이라며 슈퍼 화요일 결과에 따라 경선 참가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 고령 리스크에 가자發 역풍, '바이든의 적은 바이든'…미네소타 표심 주목
슈퍼 화요일 하루 전체 대의원(3천934명)의 약 30%가 결정되는 민주당은 현직인 바이든 대통령의 전승이 유력하지만 관건은 결집된 반(反) 바이든 정서가 표출될지 여부다.
3일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대의원 206명을 확보했고, 경선에 나선 댄 필립스 하원의원과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은 각각 한 명의 대의원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자신에 대한 회의론과 싸워야 할 상황이다. 당내 대선후보 확정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본선 경쟁력이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바이든의 적은 바이든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지난달 25∼28일 미국의 등록 유권자 9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업무 능력을 강하게 불신한다는 응답은 47%에 달했다.
특히 최근 기밀 유출 의혹 로버트 허 특검 보고서에 적시된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문제 등에 대한 회의론이 당내에서 만만치 않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보인 친이스라엘 일변도 정책에 대해 지지층 일각의 이반 현상이 무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경합주인 미시간주에서 지난달 27일 치러진 경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입장에 불만을 품은 무슬림과 일부 진보 유권자들이 조직적으로 '지지후보 없음' 표기 운동을 벌여 약 13%(표수로는 10만 표 이상)의 '지지후보 없음' 표가 나온 것은 바이든 재선 캠프로서는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
미시간의 '작은 반란'이 태풍으로 커질 만큼의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지 여부와 관련, 슈퍼 화요일 경선의 하나인 미네소타 프라이머리가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미네소타는 지난 50년간 대체로 민주당 강세 주였지만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패배를 안기며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한 바 있어 바이든 캠프는 공을 들여야 할 주다.
미네소타에는 8만 명 이상의 소말리아 출신 이주민들이 거주하며, 이들 중 상당수는 무슬림이다. 이 때문에 미시간에서 나타난 '지지 후보 없음' 운동의 동력이 이곳에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각 주별 경선을 거쳐 공화당은 7월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민주당은 8월 19∼22일 시카고에서 각각 전당대회를 열고 대선후보를 공식 확정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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