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강온전략?"…강대강 내려놓는 행동주의 펀드들 '눈길'
동시다발적 주주제안·표 대결 대신 '대화모드'…밸류업 분위기도 한몫
최대주주·국민연금 연대 꾀하거나 대규모 소송 압박도…전략 다변화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행동주의 펀드의 주요 활동무대인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공격성이 한층 누그러진 분위기다.
동시다발적인 주주제안과 캠페인으로는 가시적인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데다, 올해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으로 기업들의 태도 변화도 감지되는 만큼 행동주의 펀드도 강대강 대결보다 대화에 무게를 싣는 기류가 읽힌다.
기업과 맞붙어야 하는 경우라도 최대주주 및 국민연금과의 연대를 꾀하거나 대규모 소송을 추진하는 등 기업을 압박하는 전략도 날로 다양해지는 모양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주주 활동을 벌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올해 7개 상장 금융지주사를 상대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금융지주사들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환원책 관련 요구사항을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올해 주총을 앞두고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한 별도의 주주제안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얼라인파트너스는 KB·신한·하나·우리·JB·BNK·DGB금융지주 등 7곳이 주주환원율을 전년 대비 평균 4.2%포인트 인상하고, 작년에 발표한 자본 배치 및 주주환원 정책 준수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긍정 평가하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에 대해서만 사외이사 4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 등 5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한 상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경우 태광산업[003240]을 상대로 사외이사 후보자 2명과 사내이사 후보자 1명을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했지만, 이외 다른 사항이나 타 기업에 대해서는 따로 주주제안을 하지 않았다.
대신 태광산업을 비롯한 캠페인 대상 기업들과 요구사항을 대화로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동안 현대엘리베이터[017800]를 상대로 행동주의 활동을 해온 KCGI도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해당 기업에 주주제안을 따로 하지 않은 상태다.
KCGI는 앞서 지난해 연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등기이사 사임 의사를 밝힌 후 임시주총을 소집하는 과정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주총 일정을 빠듯하게 공시해 주주제안 경로를 원천 봉쇄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KCGI 측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가 요구했던 것들이 앞으로 잘 지켜질 것인지 지켜보고 정기주총 때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면서도 "긴급히 별도로 주주제안해야 할 사안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주총 기간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의 맹활약은 시장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지만 공격적인 캠페인에 비해 유의미한 성과가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동시다발적인 주주제안과 기업과의 표 대결만으로는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주주환원책을 끌어내기 어려웠던 작년의 경험은 행동주의 펀드에도 교훈이 됐다.
더욱이 올해는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기업 스스로 주주환원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점도 행동주의 펀드의 전략 수정의 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 행동주의펀드 임원은 "주주제안을 한 번 할 때마다 법률 상담과 캠페인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기업으로서도 법적 대응에 부담스러운 비용이 들고 부정적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데, 올해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까지 추진돼 대화를 완강히 거부하는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주제안을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반드시 높은 성공률을 보장하지는 않는데 최근 기업들의 이런 태도 변화까지 감지되니 주주제안 추진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행동주의 펀드 관계자도 "통상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의 인력이 대규모가 아니라서 1년에 2∼3곳 정도를 타깃으로 삼는다"면서 "캠페인 기간이 짧으면 시장에서 '주가만 자극한 뒤 치고 빠진다'는 비난을 듣기 십상이고, 매년 새로운 회사를 발굴하는 것도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을 압박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전략도 작년보다 다변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KT&G를 상대로 캠페인을 벌이는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낙점된 데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국민연금에 의결권 행사로 대표 선임 과정에 적극 개입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또 이상현 FCP 대표를 KT&G 사외이사 후보로 올리는 주주제안을 하고, KT&G 전현직 이사들이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에 활용하는 대신 재단·기금에 무상 증여해 회사에 1조원대 손해를 끼쳤다며 주주대표 소송도 추진하고 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경우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 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와 손을 잡고 주주제안권을 위임받아 자사주 소각 및 관련 정관 변경,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주주제안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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