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이번엔 '러시아 동결자산 사용' 놓고 이견 노출
美재무 "우크라 지원에 쓰자"…佛재무 "법적 근거 없어" 공개 반박
러 동결자산 약 37조원…EU 집행위원장 "활용방안 논의 시작할 때"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최근 우크라이나 파병 문제로 대(對)러시아 전선에 균열을 드러낸 서방이 이번에는 러시아 동결 자산 사용을 놓고 충돌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동맹국들에 각국이 동결한 러시아의 금융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방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옐런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찾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동결 자산의 가치를 해제해 우크라이나의 계속되는 저항과 장기 재건을 지원할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하고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국제법적, 경제적, 도덕적 근거가 탄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것은 세계의 안정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위협하는 러시아에 대한 결정적인 대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음날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러시아 동결 자산 압류는 국제법 위반이 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르메르 장관은 이날 G20 장관회의에 앞서 진행된 주요 7개국(G7) 장관 회의 뒤 "우리는 동결 러시아 자산을 압류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국제법과 법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르메르 장관은 "우리는 G20 국가 간에 어떠한 분열도 가중시켜서는 안 된다"면서 "만약 법적 근거가 부족할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더 단합해야 할 시기에 분열을 더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같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는 매우 강력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동결 러시아 자산 압류는 G20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르메르 장관의 의견은 G20에는 러시아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인 문턱을 제시한 것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현재 주요 7개국은 각국 금융기관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서방 각국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해외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보유고를 포함해 러시아의 주요 자산을 동결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G7 회원국, EU, 호주에 러시아 자산 2천820억달러(약 375조원) 상당이 증권과 현금 등의 형태로 동결돼 있으며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EU에 있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쟁 피해를 보상하지 않는 한 자산을 러시아에 돌려주지 않는다는 데는 합의했지만,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방안에는 이견이 있다.
미국과 영국은 G7 동맹들에 러시아 자산을 몰수하라고 촉구해왔지만, 프랑스와 독일 등은 법적인 부분과 유로화의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8일 "이제는 러시아 동결자산의 초과 이익금을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장비 공동구매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때"라고 제안하고 나서면서 러시아 동결 자산 사용 문제를 둘러싼 서방 내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방은 지난 26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발언으로 불협화음을 노출한 바 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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