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마스 접점 찾았나…바이든 "내주 휴전 기대" 공개 압박(종합)
미·주변국 압박 속 양측 '타협불가 의제' 일부 철회
"가자철군·테러 수감자 석방 등 관련 요구 물러나"
'완전승리' 외치는 네타냐후 전쟁지속 의지가 변수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의 기본 틀에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양측이 주요 요구사항을 완화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존에 양측이 '타협 불가능'이라던 의제를 일부 철회한 것이라서 미국과 아랍권의 압박 속에 협상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협상이 타결돼 다음 주부터 휴전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미국 CNN방송은 26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이스라엘 완전 철군' 요구 등 그동안 고수해 온 핵심 요구사항을 일부 철회했다고 해당 논의를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지난 23일 프랑스 파리 4자 회의와 관련해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와 전쟁의 종식을 주장해온 측면에서 주요 장애물이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이스라엘 인질과 맞교환 석방할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에 대한 하마스의 요구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한 외교 소식통도 1단계 협상에 대한 합의를 앞두고 하마스가 입장을 누그러뜨렸다고 확인했다.
논의에 참여한 사람들은 합의가 여러 단계에 걸쳐 시행될 가능성이 크며, 일단 초기 합의가 이뤄지면 하마스가 처음 요구했던 것보다 더 적은 수의 팔레스타인 수감자와 여성·어린이·노인·환자 등을 포함한 이스라엘 인질을 맞교환 석방하고 6주 이상 휴전을 이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측에서도 하마스 측 요구를 더 들어주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 협상단이 가자지구에 역류 중인 인질 석방을 대가로 장기 복역 중인 유명 팔레스타인 수감자도 석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중재 상황을 잘 아는 당국자 두 명에 따르면 주요 테러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인 15명과 이스라엘 여군 5명을 맞교환 석방하자는 미국의 제안에 이스라엘 대표들이 비공개로 동의했다.
이러한 논의는 지난주 파리 4자 회의에서 이스라엘과 미국, 이집트, 카타르 대표들이 모였을 때 나왔다고 이들 당국자는 전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막후 협상 전략 변화는 하마스가 인질 협상과 일시 휴전에 합의하도록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NYT는 짚었다.
앞서 하마스는 살인죄 등으로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고 영구 휴전을 약속하라고 요구했으나 이스라엘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하마스는 이 제안에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이와 관련한 이스라엘 협상단의 입장에 대한 질의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실은 논평을 거절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 4개국은 지난주 파리 회의에서 협상 기본안에 합의하고 26일부터 카타르에서 후속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등은 파리 회의에서 하마스가 40명 정도의 인질을 석방하면 6주간 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협상안을 이스라엘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뉴욕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일 안으로 협상이 타결돼 휴전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이 언제 시작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늦어도 "이번 주말 초나 주말 늦게쯤으로 희망한다"면서 "안보보좌관이 (합의에) 근접해 있지만, 아직 마무리 짓지는 않았다고 보고했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휴전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최고 우방인 자국과 계속 불협화음을 내는 네타냐후 정권을 향한 모종의 공개적 압박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발생한 가자지구 내 대규모 사상자 때문에 국내외에서 거센 비판을 받자 네타냐후 정권에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방송에 출연해 "이스라엘, 미국, 이집트, 카타르 대표들이 임시 휴전을 위한 인질 석방 협상의 기본 윤곽에 대해 합의에 거의 이르렀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궁극적으로 그들(하마스)이 인질 석방에 동의해야 하므로 카타르 및 이집트를 통해 하마스와 간접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며 "수일 안에 확고한 최종 합의 지점에 이르기를 희망하지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카타르는 하마스와 협상안을 논의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와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이 보도했다.
하마스는 텔레그램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하마스 정치국장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날 오전 카타르 도하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만났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양측은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된 진전 상황, 특히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 내부 문제를 정리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카타르 총리실도 알사니 총리와 하니예가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 합의"를 중개하기 위한 카타르의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주변 아랍국가들은 다음 달 10일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이 시작되기 전까지 합의를 중재해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협상 진전 신호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와 그를 떠받치고 있는 극우 세력의 강경 입장은 여전히 변수다.
네타냐후 총리는 26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휴전 협상의 기본 윤곽이 합의됐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그들(하마스)은 현실로 내려와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분명히 그것을 원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미국이 반대해도 라파를 침공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라파에) 들어갈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만 민간인 대피를 고려해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를 막지 못한다. 우리는 사람들을 몰아낼 것이고 완전한 승리를 달성하기 위해 그 일을 계속할 것"이라며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완전한 승리이고 그것이 평화를 얻기 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미국 CBS 방송에 출연해서도 "협상이 이뤄질 경우 그것(라파 군사작전)은 어느 정도 미뤄지겠지만, 결국 하게 될 것"이라고 휴전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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