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에 모금 밀리는 트럼프…"소송비로 쓰일까 봐 기부 꺼려"
트럼프, 기부자들에게 편지 쓰고 통화하며 적극 모금 나서
헤일리는 경선 잇단 패배에도 기부 여전…지난달 트럼프 기부금 앞질러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서 사실상 대선행에 쐐기를 박았지만, 기부금을 모으는 데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의 소송 비용으로 쓰일 것을 우려해 기부자들이 돈을 내기 꺼린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워싱턴DC의 고위 공화당원들과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률 비용으로 너무 많은 정치 자금을 쓰고 있고, 소액 기부가 둔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기부금 액수나 기부자 수에서 모두 밀리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바이든 캠프는 5천600만달러(약 746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지만, 트럼프 캠프는 현금 보유액이 3천50만달러(406억원)에 그쳤다.
아울러 WP의 분석에 따르면 기부자 수도 작년 11월 기준 바이든 캠프가 17만2천명으로, 트럼프 캠프의 14만3천명을 앞질렀다.
트럼프 캠프는 2020년 대선 때도 자금난 때문에 TV 광고를 상당 기간 중단했었던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러 건의 형사·민사 재판에 걸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률 비용으로 선거자금이 상당 부분 흘러 들어갈 가능성 때문에 기부금 모금에 더 차질이 빚어였다고 WP는 진단했다.
두 저명한 공화당원에 따르면 일부 주요 기부자들은 기부금이 법률 비용으로 쓰이는 데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들 공화당원 중 한 명에 따르면 "그들은 트럼프에게 기부할 것이지만, 만약 기부금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많이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들은 변호사 비용을 대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 이기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한 고문은 그러나 이 같은 우려를 직접적으로 들은 바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리더십 팩(PAC)'인 '세이브 아메리카'와 'MAGA Inc.'에 법률 비용을 의존하고 있다. 리더십팩은 여행, 모금, 기타 정치 경비 등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허용돼 있다.
지난해 이 두 리더십 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률 비용으로 5천500만달러 이상을 지출했는데, 이는 전체 지출액의 23%에 달했다.
'세이브 아메리카'는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에만 290만달러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송 비용으로 사용했다.
막대한 법률 비용을 내야 하지만 기부금 액수는 적은 상태에 직면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모금에 나서고 있다.
그는 1년 넘게 일주일에 3∼5시간씩 '기부자들과의 통화 시간'을 갖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의 고문들에 따르면 그는 또한 정기적으로 기부자들에게 개인적 편지를 쓰고 감사 메모에 서명한다. 또 일부 고액 기부자들과는 소규모 만찬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데에도 동의했다고 한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에는 자신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부자들 1천명을 모아 행사를 열었고, 이번 주에는 테네시주 내슈빌과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에서 기부 행사 열어 1천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트럼프는 기부할 것 같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게도 계속 전화를 걸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일부 동료들에게는 자신을 위해 모금해달라는 요청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과거와는 다른 이례적인 행보라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 비교해서도 기부금이 모자란다. 헤일리 전 대사는 경선에서는 패배를 거듭하고 있지만 기부금 경쟁에서는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헤일리 전 대사가 1천150만달러를 모금해 트럼프 전 대통령(880만달러)의 모금 액수를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또 24일 공화당 프라이머리가 진행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광고비로 트럼프보다 1천만달러 이상 많은 1천140만달러를 지출했다고 FT는 전했다.
폴리티코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기부자 5만5천명이 헤일리 캠프에 200달러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에서 뒤지고 있는데도 기부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그가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들은 그의 기부자 폭이 넓다는 점을 들어 헤일리가 다양한 스펙트럼의 미국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후보이자 수년간의 양극화 이후 미국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헤일리에게 350달러를 기부했다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 트래비스 배스와 안젤라 배스 부부는 "할아버지에게 투표할 건가요? 절대 안 된다"라며 "두 명의 나이 든 나르시시스트가 대선에 출마하고 있다. 두 명 모두 사퇴할 만큼의 품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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