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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배아도 태아" 미 법원 첫 판결…낙태 금지에도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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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배아도 태아" 미 법원 첫 판결…낙태 금지에도 영향 미칠까
앨라배마주 대법원 "배아 폐기하면 법적 책임"…시험관아기 시술 처벌 우려
WP "전례없는 판결"…대선 앞두고 낙태권 이슈 한층 뜨거워질 듯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미국에서 낙태권을 둘러싼 법적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체외 인공수정(IVF·시험관 아기)을 위해 만들어진 냉동 배아(수정란)를 태아로 봐야 한다는 주 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만 연간 수십만 명의 난임 부부가 이용하는 체외 인공수정마저 배아 폐기시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면서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낙태 이슈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앨라배마주 대법원은 지난 16일 냉동 배아도 태아이며 이를 폐기할 경우 법적 책임이 따른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실수로 다른 부부의 냉동 배아를 떨어뜨려 파괴한 한 환자에 대해 불법 행위에 따른 사망 혐의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였다.
이에 앨라배마주 대법원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도 아이"라면서 이는 냉동 배아에 대해서도 진실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냉동 배아도 불법 행위에 따른 미성년자 사망 관련 법에 따라 아기와 같은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면서 "이는 태어났든 안 태어났든 모든 아이에게 제한 없이 적용된다"고 판결문에 썼다.
특히 톰 파커 앨라배마주 대법원장은 보충의견에서 성경을 인용, "모든 인간의 생명은 심지어 출생 이전에도 하나님의 형상을 품고 있으며, 그들의 생명은 하나님의 영광을 지우지 않고서는 파괴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의 생명을 부당하게 파괴한다면 이는 자신이 지어낸 형상이 파괴되는 것을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여기는 신성한 하나님의 분노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배아가 아이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소송을 기각한 하급심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냉동 배아를 태아로 인정한 첫 판결로 알려졌다. WP는 "전례없는", "최초의" 판결이라고 보도했다.
그간 낙태에 반대하는 운동가들과 의원들은 배아 폐기를 불법화하려고 시도해왔지만, 다른 주의 고등법원은 이런 방향으로 판결한 적이 없다고 WP는 설명했다.
캔자스주의 경우 배아 폐기 금지법 제정을 검토했으나, 관련 위원회에서 법안이 폐기되기도 했다.
이번 판결이 나온 앨라배마주에서는 2018년 주민투표에서 태아에게 완전한 인격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통과됐으나, 해당 법안은 냉동 배아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2년 연방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 이후 앨라배마에서는 거의 전면적인 낙태 금지 조치가 시행 중이다.
그 결과 낙태권 지지 단체 집계에 따르면 앨라배마주는 이제 미 전역에서 발생하는 임신 관련 형사 사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낙태권 지지자들은 물론 의료계에서도 체외 인공수정 시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앨라배마주 의사협회는 브리핑을 통해 이번 판결로 인해 체외 인공수정 관련 소송 위험성이 커져서 시술 비용이 더 높아지거나 불임 클리닉들이 문을 닫거나 주 바깥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낙태권 지지 단체 간부인 다나 서스먼은 체외 인공수정시 임신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차례 임신을 시도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다수의 배아를 만들어서 냉동 보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임신에 성공할 경우 나머지 배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데, 배아를 폐기하는 부모나 의료기관이 이번 판결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낙태권 지지 연구기관인 것마커 연구소의 켈리 베이든 부소장은 연방 대법원 낙태권 폐기 판결의 폭넓은 범위로 인해 판사들과 의원들이 제한 범위를 낙태 이상으로 넓힐 수 있게 됐음을 이번 판결이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각 주 정부들과 법원들이 얼마나 더 나갈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앨라배마주 법무부는 태어나지 않은 생명에게 예외 없는 법적 보호를 제공하는 것은 의무이며 관련 우려를 시정하는 것은 입법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jh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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