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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를 가다] '한인 1호 영주권자' 한글학교장 "바빠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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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를 가다] '한인 1호 영주권자' 한글학교장 "바빠도 좋아요"
2005년 방문 때 쿠바 매력에 빠져 눌러앉아…2007년 현지인과 결혼
미수교 상태서 혼인신고에 아이 출생신고까지…"정말 엄청 힘들었어요"
2022년부터 한글학교 이끌며 '한국 전문가' 양성…"수교 계기로 더 바빠지겠죠?"




(아바나=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할 일이 더 늘어나고 바빠지겠지만, 그래도 좋네요"
17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 한글학교에서 만난 정호현(51) 교장은 한국과 쿠바 수교 발표가 있었던 지난 14일 휴대전화를 손에 내려놓을 겨를이 없었다.
한글학교에 다니는 쿠바 현지 학생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셜미디어에는 하트 이모티콘이 붕붕 날아다녔고, "믿기지 않아 울고 싶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학생들은 거의 기절하는 수준이었어요. 누군가는 샴페인 터트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실제 그렇게 까진 않았고요."
정 교장은 쿠바 거주 한인(현재 30명 남짓) 중 맨 처음 쿠바 영주권을 받은 인물이다.
방송 기획과 다큐멘터리 영화제작 분야를 공부한 정 교장은 200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한인 후손 프로그램 제작 때 쿠바를 방문했다가 "쿠바에 반해" 그대로 눌러앉았다.
2007년엔 현지인과 결혼했고, 한국으로 잠시 이주했다가 다시 쿠바로 돌아갔다.
당시 이런 스토리는 자전적 다큐멘터리 영화 '쿠바의 연인'(2010)에서 다뤘다.
이런 연유로 한인 후손과 교민 사이에서는 그를 '정 감독'으로 부르기도 한다.
정 교장은 한때 한국에서 신혼여행 부부와 관광객 발길이 쿠바로 이어지던 때엔 현지를 알고 싶은 이들의 든든한 안내자 역할도 했다.
유튜브 채널 '까날 쿠바'를 통해 한인 후손 이야기나 한류 열풍 등 쿠바 관련 소식을 전한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정 교장은 '미수교국' 당시 쿠바에서 혼인신고부터 출생신고까지 모두 "성공적으로 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행정 관련 뭐 하나 선례가 없었고, 누구에게 물어볼 만한 여지도 없었다"는 그는 "한국과 쿠바가 미수교국이다 보니 (국가 간에)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보니 출생신고의 경우 일본 주재 쿠바대사관을 끼고 쿠바에 서류를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전체 소요 기간만 8∼9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정말 너무 힘들었다"는 짧지만 분명한 한마디로 설명했다.
정 교장은 현재는 한글학교 업무에 힘을 쏟으며 '쿠바인 한국 전문가'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교 이후, 해야 할 일이 더 늘어나고 바빠질 것 같지만, 기분은 좋다"고 웃으며 말한 그는 "무엇보다 학술 교류나 언어 교류 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학생들의 기대감이 무척 커서, 그걸 부응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각오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장은 그러면서 "쿠바에서는 있는 걸 유지하는 것도 힘든데,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를 해나가기는 정말 어렵다"면서도 "그래도 여러 사람과 힘을 모아 '일이 되게' 해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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