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기억력' 특검 보고서 발표전 백악관-법무부 정면충돌"
"백악관, 보고서 발표 직전 이의 제기…법무부 수용 거부"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통령 시절 기밀 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한 특별검사의 보고서가 지난 8일 발표되기 직전 백악관과 법무부가 정면 충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특검 보고서가 공개되기 직전 바이든의 수석 변호인들과 법무부 고위 관료들 사이에 오간 비공개 서신을 입수해 살핀 결과 이런 정황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특검 보고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기억력이 나쁘지만 악의는 없는 노인'으로 표현,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 논란에 다시 불을 댕겼다.
수사를 진행한 한국계 로버트 허 특별검사는 보고서에서 약 1년에 걸친 수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부통령 임기 종료 후 민간인 시절 기밀문서를 고의로 소지한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기소할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을 밝혔다.
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측 변호인단은 특검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날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과 관련한 허 특검의 발언은 "법무부의 정책과 관행을 공공연하고, 명백히, 그리고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문제 삼았다.
이들은 서한에서 "우리는 법무부의 오랜 관행과 정책을 위반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에 대한 다수의 폄하하는 진술에 반대한다"면서 "대통령의 기억력에 대한 전반적이고, 경멸적인 판단은 부적절하고, 근거없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갈랜드 장관은 바이든 법무팀의 이 같은 서한에 다음날 브래들리 와인스하이머 법무차관보를 시켜 답장에 나섰다.
와이스하이머 차관보는 "(바이든의 기억력에 대한)확인된 발언은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위신을 깎기 위해 사용된 것이 아닌 까닭에, 불필요하거나 과도하게 불리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기밀 정보를 소지하는 데 있어 대통령의 마음 상태에 대한 허 특검의 결론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런 까닭에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포함된 것은 법무부의 공표 기준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고 WP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또한 해당 서한에서 기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특별감사는 이런 결정에 대한 설명을 담은 비공개 보고서를 법무장관에게 발송하도록 하는 게 법무부 규정이라면서 388페이지에 이르는 허 특검의 보고서가 공개되면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해당 보고서가 공개되면 2016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저질렀던 실수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점도 서한에서 호소했다.
변호인단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허 특검의 비판은 기소되지 않은 행위에 대한 최근 역사 속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검찰의 부적절한 비판 사례 중 하나와 닮았다"며 "2016년 선거와 관련된 조사 도중 불기소된 행위에 대한 FBI와 법무부 직원의 비판은 법무부의 오랜 관행과 규약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코미 전 국장은 2016년 7월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시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이른바 '이메일 스캔들'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불기소 입장을 밝히면서도 클린턴 후보에 대해 "매우 민감하고 상당한 기밀로 취급해야 하는 정보를 다루는 데 극히 부주의했다"고 평가해 당시 대선판을 흔들었다. 민주당은 코미 전 국장의 발언이 대선 경합주 표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결국 클린턴 후보가 패배하는 빌미가 됐다고 보고 있다.
와이스하이머 차관보는 이와 관련, 답신에서 허 특검과 코미 전 FBI 국장을 비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라고 일축하면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권한이 부여된 상이한 정부 직책을 맡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의 일부로 들었다.
NYT는 특검 보고서 전날 발송된 이번 서한에서 바이든의 변호인단이 갈랜드 장관에게 보고서에서 특정 내용을 보류하거나 허 특검에게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요구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특검 보고서 공개 직전에 바이든 대통령의 변호인단과 법무부 사이에 이처럼 날카로운 공방이 오간 것은 백악관이 특검 보고서 공개로 촉발될 정치적인 논란을 막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와 법무부가 백악관의 이런 노력을 어떻게 거부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짚었다.
WP에 따르면, 갈랜드 장관이 만약 특검 보고서를 수정할 경우 의회에 고지해야 한다는 게 법무부의 규정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당초 허 특검에게 직접 항의 서한을 써 특검의 조사 결과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가 결국 특검을 감독하는 법무부의 수장인 갈랜드 장관에게까지 서한을 보냈다고 WP는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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