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군 가자 주거지역 '벙커버스터' 투하 가능성 조사
난민촌서 수백명 사상한 공습 대상…백린탄 사용 여부도 조사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해 미 국무부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미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국무부는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레바논에 사용한 백린탄과 관련해서도 함께 조사 중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해 10월 31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수백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 이스라엘의 공습을 조사 중이다.
이스라엘은 건물 지하 터널에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휘관을 타격하기 위해 공습을 벌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폭탄이 투여된 지점은 민간인들이 붐비는 도심 지역이었고, 이 공격으로 확인된 사망자만 최소 125명인 것으로 미 당국은 파악했다.
지하시설의 하마스 간부를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상당수 인구가 밀집한 주거지역에 초대형 폭탄을 투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조사관들은 이스라엘이 해당 공격에서 미국이 제공한 2천 파운드급(약 907㎏) 초대형 폭탄 '벙커버스터'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벙커버스터는 말 그대로 콘크리트로 만들어지거나 땅 속에 있는 벙커 등의 방호력이 높은 구조물을 타격하기 위해 개발된 폭발력이 큰 폭탄이다.
한편 국무부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에 백린탄을 사용한 것과 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WSJ은 미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앞서 국제 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지난해 10월 중순 이스라엘이 자국 국경과 가까운 레바논 남부 두하이라 공습 때 백린탄을 투하해 주택, 자동차가 불에 타고 민간인 9명이 호흡곤란 때문에 급히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백린탄은 발화점이 낮은 백린을 이용해 대량의 연기와 화염을 내뿜도록 만든 무기로 연막탄이나 소이탄으로 사용된다.
백린탄의 불꽃이 몸에 닿으면 뼈까지 타들어 가고, 생존하더라도 감염이나 장기기능 장애 등을 겪을 수 있어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이스라엘 군은 국제법을 준수해 백린탄을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무부 조사에서 이스라엘이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오용했다는 결론이 나면 향후 군사적 지원을 중단하거나 제공된 무기의 사용 제한 조치 등이 내려질 수 있다.
다만, 이번 조사가 당장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 조치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WSJ에 "이번 조사는 신속한 대응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도록 의도된 것은 아니다"라며 "민간인 피해 사건을 체계적으로 평가해 향후 이러한 사건의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