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발의 규제입법 만연…영향평가제도 도입 등 개선 시급"
한경협 세미나…의원입법 총량관리·공청회 의무화 등 대안 제시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이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고 있어 이러한 법안에 대한 사전적 영향 분석과 심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규제개혁위원회, 국회입법조사처, 한국규제학회와 함께 '국회 규제 입법 현황과 입법 절차 선진화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의원 입법은 규제 영향 분석 없이 의원 10명의 찬성만 있으면 법안 제출이 가능하다"며 "법안에 따라 만들어지는 규제는 기업 경영과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이러한 부분에 대한 검토가 다각도로 필요하다"고 세미나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 수 있는 의원 발의 법안의 개선 방안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이민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의원 입법 법안에 대한 총량 관리와 함께 입법 시 규제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국회법에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규제영향평가제도가 도입돼도 단기간에 정착되기 어렵고, 국회 입법권 침해 논란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사후적으로 행정부를 통해 규제영향평가제도를 실시하는 것도 차선책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규제의 재검토 시기를 규정하거나 규제 신설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사후 영향평가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배관표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교수는 행정규제기본법상의 규제 신설의 원칙이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것이 이러한 의원 입법의 남발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한국은 '규제는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규제법정주의로 인해 규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률안 발의가 늘어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했다"며 "여기에 의원들의 의정 평가를 발의 법안 수로 평가하는 관행까지 더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법률과 규제를 구분하는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제시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의회(입법부)와 행정부 산하 규제정보관리실(OIRA), 사법부가 정부 기관이 만든 규제를 적극적으로 관리한다고 소개했다.
강영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겸임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에서는 상임위원회 의결로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를 생략할 수 있다는 국회법을 수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생략 요건을 구체화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공청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입법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의 규제 운용은 행정부 재량인데 이 과정에서 입법 취지가 달리 해석되거나 왜곡되는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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