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톺] 저PBR 랠리 소외됐던 반도체주, 미국발 AI모멘텀에 '활짝'
엔비디아·ARM 강세에 SK하이닉스 5% 넘게 상승…저PBR주 순환매 양상도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지난 3주간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가 이끈 국내 증시 상승세에도 웃지 못했던 반도체주가 오랜만에 미국발 '훈풍'에 상승세를 탔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와 ARM 등 인공지능(AI) 관련 주가 급부상한 덕분이다.
13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000660] 주가 상승률은 5.04%로, 코스피 전체 평균인 1.12%를 크게 웃돌았다. SK하이닉스는 이날 15만원을 기록하며 52주 최고가를 새로 썼고,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에서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삼성전자[005930] 역시 1.48% 상승하며 코스피 평균을 상회했다.
이들 종목이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 주가도 이날 1.92% 올랐다.
기계 종목에 포함된 한미반도체[042700]도 3.18% 상승하는 등 지난 1주일간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달 초만 해도 6만원을 오르내리던 한미반도체 주가는 어느덧 8만원을 넘어섰다.
코스닥에서도 가온칩스[399720](26.52%), HPSP[403870](21.14%)가 가격제한폭에 육박한 상승세를 보였다. HPSP는 알테오젠을 제치고 코스닥 시총 규모 4위에 올랐다. 여기에 리노공업[058470](8.42%)까지 호조를 보이는 등 반도체·AI 모멘텀이 확연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및 AI 분야에 대한 미 증시의 낙관적 투자심리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사상 첫 5,000선 돌파를 이끈 데 이어 국내 증시까지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 AI주인 엔비디아는 전날(현지시간) 장중 한때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아마존을 제치고 시가총액 3위에 오르는 등 증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기업 ARM은 지난 7일 실적 발표 이후 3거래일 만에 주가가 93.4% 급등했다.
생성형 AI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자체 AI 반도체 생산을 위해 최대 9천300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섰다는 소식도 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주도로 미 주식시장이 상승한 영향으로 한국 반도체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며 "코스닥 역시 AI 모멘텀이 계속되며 반도체 업종이 강세였다"고 말했다.
반면 계속된 저PBR 랠리 가운데서도 일부 업종에서는 상승 강도가 약해지거나 차익실현 매물이 늘어났다.
대표적으로 저PBR 장세를 이끌어온 현대차[005380]가 이날 0.4% 하락했고, 보험, 유통 업종도 각각 0.94%, 0.44% 하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ARM이 급등세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반도체 업종이 부각됐다"며 기술·성장주의 반등으로 순환매 양상이 나타났다고 짚었다.
내일 증시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10시 30분 발표되는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1월 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9% 수준으로, 전월(3.4%)보다 낮아지며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추세를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증권가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관련 입장을 바꿀 확률은 여전히 낮다면서도, 발표 이후 S&P500 지수가 0.5~1%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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