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왕실 차량 행렬 방해 논란…군주제 개혁 갈등 재점화
활동가들, 시민 설문조사 과정서 왕당파 단체와 충돌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태국에서 20대 활동가가 왕실 차량 행렬을 방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주제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13일 방콕포스트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반체제 활동가 2명이 탄 자동차가 방콕 도로에서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의 동생인 시린톤 공주의 차량 행렬을 뒤쫓으며 경적을 울리고 끼어들기를 시도했다.
이후 활동가들은 10일 방콕 시내 지상철인 BTS 시암역에서 왕실 자동차 행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때 군주제를 옹호하는 왕당파 단체 회원들이 나타나 양측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약 20분간의 충돌 끝에 경찰이 출동하고 BTS역 일부 출입구가 폐쇄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이번 시위와 설문조사를 주도한 인물 중 1명은 지난해 왕실모독죄 폐지와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며 50일 넘게 단식 투쟁을 벌인 20대 여성 활동가 탄따완 뚜아뚤라논이다.
탄따완은 과거에도 왕실 차량 행렬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가 왕실모독죄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난 4일 사건과 관련해 "왕실 차량 행렬이었는지 몰랐고, 문제를 일으킬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파장이 커지자 정부는 왕실 안전과 폭력 사태 예방을 위한 대응 강화에 나섰다.
세타 타위신 총리는 전날 "왕실 안전을 최고 수준으로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며 폭력적인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라고 경찰에 지시했다.
그는 특히 왕실 차량의 안전을 위한 엄격한 조치를 주문했다.
경찰은 왕실 차량 행렬을 방해한 활동가 2명을 이번 주 내로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삭 숙위몬 경찰청장은 "명확한 증거를 수집 중으로, 그들을 반드시 체포할 것"이라며 활동가 2명이 단독으로 행동한 것이 아니라 배후 세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왕실이 신성시되는 태국에서 군주제 개혁은 금기시돼왔다. 그러나 지난 2020년 반정부 시위 이후 왕실모독죄로 불리는 형법 제112조 폐지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형법 112조는 왕실 구성원이나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했다.
대규모 시위 이후 법원은 왕실모독죄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1일 지난해 총선에서 제1당에 오른 전진당(MFP)의 왕실모독죄 개정 공약이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지난 12일에는 시위대가 작년 3월 방콕 왕실사원 외벽에 군주제 개혁을 상징하는 숫자 '112'를 스프레이로 쓴 사건을 취재한 온라인매체 기자가 공모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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