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굶주림 극심…동물 사료 먹고 오염된 지하수로 연명
식량난 재앙수준…"북부 아동 15%이상 급성 영양실조"
이스라엘 검문에 구호통로도 꽉 막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고립된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이 극심한 굶주림에 가축 사료를 먹고 망가진 지하 수도관에서 퍼낸 물을 마시며 연명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등 구호 단체들은 가자 북부로 향하는 구호물자의 절반이 이스라엘군의 검문에 막히고 있다면서 북부 주민 최소 3분의 1이 '재앙적'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자 북부 베이트 라히아 지역의 의료 구호 활동가 마무드 샬라비는 BBC에 일부 주민들이 동물 사료용 곡식을 갈아 가루로 만들어 먹고 있다며 그마저도 지금 고갈되고 있다고 전했다.
샬라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일시 휴전했던 지난해 11월 이후로는 사실상 구호 식량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극심한 식량난에 가자의 어린이들은 영양실조뿐 아니라 더러운 물로 인한 감염병의 위험에도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최근 가자 북부 도시 자발리아에서 촬영된 영상에서는 주민들이 폭격의 잔해가 남아있는 길거리에서 지하 수도관에 있는 물을 꺼내기 위해 땅을 파는 모습이 담겼다.
주민 유수프 알-아요티는 "여기서 15일에 한 번씩 물을 얻는다"며 "물은 매우 더럽다. 물에는 모래가 있고 아이들은 더러운 물을 먹어 염증이 생기고 치아가 부식됐다"고 말했다.
앞서 OCHA는 가자지구에 급성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가 급격히 늘고 있다면서 가자 북부 어린이의 급성 영양실조 비율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위험 기준치인 15%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가자의 식량난이 재앙 수준으로 치달았다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오지만 구호의 손길은 주민들에게 가닿지 못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번 주 BBC에 최근 가자 북부로 향하던 구호 트럭 5대 중 4대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차단됐다며, 이는 가자시티에 최소 2주 동안 구호품 전달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맷 홀링워스 WFP 지역 책임자는 "가자에 상당한 양의 식량 지원이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매우 심각한 기근 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도 1월 한 달간 가자에 전달하려다 이스라엘군에 가로막힌 구호품 비율이 56%라며 이는 지난해 10∼12월 14%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가자 북부 지역에서 식량 지원을 받지 못한 채로 굶주리고 있는 주민이 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은 이에 대한 BBC의 문의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남부 중심가에 사람이 많은 시장이나 식당 영상 등을 공개하며 가자에 식량난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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