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정 '분열' 여파 EU로도 불똥…공급망실사법 좌초 위기
'지지율 추락' 獨자유민주당 반대…EU 최종승인 표결 연기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독일 '신호등' 연립정부가 낮은 지지율 속에 내분을 겪으면서 유럽연합(EU)으로도 그 불똥이 튀었다.
EU 상반기 순환의장국인 벨기에 정부는 9일(현지시간) 27개국 상주대표회의에서 실시될 예정이던 '기업의 지속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이하 CSDDD) 최종 승인 투표가 연기됐다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독일 연정에 참여하는 3개 정당 중 하나인 자유민주당(FDP)이 CSDDD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연정 내부에서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독일이 결국 표결에서 기권하기로 해서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연정 내부적으로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EU 투표에서 기권표를 던진다.
여기에 이탈리아도 기권 대열에 합류하면서 가중다수결 투표 자체가 무산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가중다수결제에 따르면 회원국 수의 55% 이상,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EU에서 규모가 가장 큰 독일, 이탈리아가 빠지면 가결 요건을 갖추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이날 예정됐던 표결은 작년 연말 CSDDD 입법을 위한 최종 관문 격인 이사회·유럽의회·집행위 간 3자 협상이 타결된 이후 필요한 후속 승인 절차였다.
통상적으로는 형식적 절차로 여겨진다.
그러나 독일, 이탈리아 등이 끝까지 입장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끝내 표결이 무산돼 CSDDD 법안이 좌초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CSDDD는 산업 공급망 전반의 인권·환경 보호에 대한 기업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다.
관련 규정을 위반할 경우 연 매출액의 최대 5%까지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자유민주당은 CSDDD가 기업에 과도한 행정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내년 총선 및 올해 하반기 열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민주당의 지지율이 5% 미만으로 추락하면서 EU 입법 절차에 제동을 걸어 기업 친화적인 입장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자유민주당은 앞서 EU의 대형화물차 및 버스 등의 이산화탄소(CO) 배출량을 2040년까지 90%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에도 막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EU는 표결을 한 차례 연기한 뒤 자유민주당 요구대로 합성연료 사용 화물차의 경우 감축 요건을 완화해주기로 합의한 끝에 이날 어렵사리 최종 승인 절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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