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편들지 않은 美공화 인사들, 트럼프 재선시 보복 우려
말 안 들으면 경고·공격…하원의장·상원 원내대표도 예외 아냐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지지하지 않은 공화당 인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보복을 두려워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 경선에서 자기 뜻을 따르지 않거나 경쟁자를 돕는 인사들을 응징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일하게 남은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후원자들을 향해 "마가 캠프에 들어오는 것이 영원히 금지될 것"이라고 지난달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고했다.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앞 글자를 딴 약어인 마가(MAGA)는 트럼프 진영이나 지지층을 의미한다.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는 케이튼 도슨 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위원장은 "사람들은 그 발언을 '난 대통령이 될 것이며 너를 조사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했다"며 "트럼프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선거팀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경선에서 사퇴하기 전에는 과거 트럼프 캠프나 행정부에서 일했던 공화당 인사들에게 디샌티스 주지사를 도우면 앞으로 트럼프를 위해 일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선거팀은 2020년 대선 때 트럼프 선거팀에서 일했으나 작년에 디샌티스 주지사 선거팀으로 간 인사를 "배신자"로 규정하고서 "마가는 그녀, 그리고 그녀와 어울리거나 일하는 모든 사람을 절연한다"고 선언했다.
말을 듣지 않은 한 전직 보좌진에게는 고인의 명복을 빌 때 사용하는 표현인 "RIP"(Rest in Peace·편히 잠드소서)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공화당의 주요 정치 인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의장으로 취임한 직후 악시옴이라는 정치컨설팅 회사와 일하지 말라는 경고를 트럼프 측 인사로부터 받았다.
존슨 의장이 고용한 컨설턴트가 악시옴 소속인데 이 회사가 디샌티스 주지사의 자문에 응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위원장인 밥 굿 하원의원이 디샌티스 주지사를 지지하자 굿 의원의 정치생명을 끝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WP는 트럼프가 공화당의 충성도가 부족하다고 주변에 자주 불만을 토로했으며 민주당보다도 자신을 비판한 공화당 인사들에게 더 화를 낸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되면 트럼프가 1월 6일 의회 폭동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바로 내보내고, 자신이 임명했지만 이후 자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해임하겠다고 주변에 말했다.
일부 친트럼프 인사들은 트럼프를 비판했던 공화당 인사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자리를 얻지 못하도록 명단을 작성했다.
한편 일부 트럼프 측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잔인하면서도 거래 지향적이라 자신에게 도움 될 경우 오랜 적도 금방 용서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지난달 21일 경선을 포기하자 디샌티스 주지사를 경멸할 때마다 불렀던 별명을 사용하지 않았고 그를 높게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경선 때 자신과 경쟁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 대해 작년 12월 소셜미디어에서 2024년 상원 선거 때 "매우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루즈 의원은 지난달 아이오와주 경선 이후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고, 트럼프는 "훌륭하다"고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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