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반유대주의 우려…"가톨릭과 유대인들 연대의 길 가야"(종합)
'하마스 공격에 침묵' 이스라엘 반발에 유대계 달래기?
(제네바 서울=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임지우 기자 = 지난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직후 명백한 규탄 메시지를 내놓지 않아 이스라엘의 반발을 샀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반유대주의를 우려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유대계의 반발을 달래며 관계 개선 손길을 내민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AFP·AP 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바티칸이 3일(현지시간) 공개한 '이스라엘에 있는 나의 유대인 형제자매들에게'라는 서한에서 "전쟁 발발 후 전 세계적으로 유대인에 대한 공격이 끔찍하게 증가하는 것을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매우 우려한다"고 썼다.
교황은 "유대인과 가톨릭 신자들은 함께 파괴된 세계를 복구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우정과 연대, 협력의 길을 가야 한다"며 유대계와 가톨릭계의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자지구의 반복되는 분쟁과 국제적 여론 분열 현상을 두고는 "우리는 '다시 그래선 안 된다'는 말을 새로운 세대가 들을 수 있기를 바랐지만, 이제는 그런 현상을 근절하기 위해 더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 마음은 여러분과 성지, 그곳에 거주하는 모든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들에 함께 있다"며 "평화에 대한 열망이 모두의 안에 퍼지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또 하마스가 기습 공격을 감행한 작년 10월 7일 붙잡아간 이스라엘인 인질들이 귀환할 수 있도록 기도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서한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직후 즉각 하마스를 규탄하지 않았다가 유대계로부터 비난을 샀던 교황이 뒤늦은 관계 개선 시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AP는 짚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교황은 양측에 무력 충돌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이스라엘 인질과 가자지구의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그러자 이스라엘에서는 그가 이스라엘의 고통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 채 가자지구 민간인의 고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이 팔레스타인인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보복 공격에 대해 '제노사이드'(인종학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며 유대계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당시 교황청은 교황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며, 이후 교황도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하는 등 발언에 균형을 맞추려는 모습을 보였다.
교황은 그러면서 전쟁 종식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추진할 것을 줄곧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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