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흔들리는 '애플 왕조'…시험대 오른 쿡 리더십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11년 8월 24일(현지시간)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의 수장이 됐다.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잡스의 명성에 묻혀 취임 초기 그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도 있었지만, 12년이 지난 현재 쿡의 역할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플이 지난 1일 발표한 2023년 4분기(회계연도 1분기) 매출은 1천195억8천만 달러(159조2천805억원). 취임 전인 2010년 4분기 267억4천만달러의 4배가 넘는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쿡 취임 이후 9배로 급등했다. 쿡의 취임 당시 애플 시총은 3천490억 달러였지만, 현재 3조 달러에 육박한다.
아이폰이 십 수년간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군림하고 애플워치라는 새로운 제품을 성공시킨 것도 모두 쿡의 리더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여기에 애플페이 등 서비스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하드웨어와 개발자, 고객을 연결하는 '애플 생태계' 전략으로 '애플 왕조'를 구축했다.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발전시킨 쿡은 잡스의 오랜 그늘에서 벗어나 잡스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애플이 다시 거센 도전을 받으며 흔들리고 있다.
애플은 2년 넘게 지켜온 세계 증시의 '대장주' 자리를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에 내줬다. 이는 애플에 닥칠 미래의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애플의 지난해 4분기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2%로, 2022년 4분기부터 4분기째 이어진 역성장(매출 감소)을 마감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경쟁사 매출이 두 자릿수 상승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MS와 아마존은 각각 17%와 14%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13%,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25% 급등했다.
애플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이폰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애플의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아이폰 매출은 1년 전보다 13% 감소했다.
중국 화웨이가 지난해 8월 출시한 '메이트 60'과 함께 삼성전자가 처음 내놓은 AI 폰이 인기를 끌면서 아이폰을 위협하고 있다.
애플 전문 분석가 대만의 궈밍치 TF증권 분석가는 "애플은 올해 주요 글로벌 휴대전화 브랜드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2015년 출시한 애플워치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노트북과 PC의 맥과 태블릿PC 아이패드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여기에 서비스 부문의 성장을 이끄는 앱스토어의 '폐쇄적 생태계'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애플은 그동안 자사의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용자가 결제 시 최대 30%의 수수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오는 3월부터 거대 기업의 이런 폐쇄적인 플랫폼을 개방하도록 하는 디지털 시장법(DMA)을 시행한다.
이에 애플은 최근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받을 수 있게 하고 결제 수수료도 최대 17%로 낮췄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제작사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앱스토어 결제 시스템이 반(反)독점법을 위반하고 반경쟁적이라며 2020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애플이 아이폰에서 앱 배포를 통제하는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walled-garden)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애플은 전 세계 열풍이 불고 있는 AI 경쟁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MS와 구글 등은 이미 자사 제품에 AI 기능을 탑재하며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애플은 아직 이렇다 할 AI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쿡 CEO가 "올해 말 AI 제품을 발표할 수 있다"고 예고했지만, 이미 챗GPT가 세상에 나온 지 이미 2년이 지난 후가 된다.
2일부터 출시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는 올해 판매량이 50만대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아직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여기에 야심 차게 준비해왔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출시가 다시 2028년으로 늦춰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래 산업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취임 당시 50대 초반이었던 쿡의 나이도 60을 훌쩍 넘었다.
애플이 직면한 도전을 쿡이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의 자리를 탈환할 지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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