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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원 비리' 말레이 나집 전 총리, 정적과 연대 후 형량 '뚝'
국왕 주관 사면위원회 결정…"안와르 총리 개혁 의지 의문" 비판도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6조원 규모 초대형 부패 스캔들로 복역 중인 나집 라작(70) 말레이시아 전 총리의 형량이 절반으로 대폭 감경됐다.
2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사면위원회는 나집 전 총리 형량을 12년에서 6년으로, 벌금은 2억1천만링깃(589억원)에서 5천만링깃(140억원)으로 각각 줄였다고 이날 밝혔다.
국왕이 의장을 맡는 사면위원회는 감형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제17대 이브라힘 국왕이 지난달 31일 취임했으나, 이번 결정은 전임 압둘라 국왕 체제에서 내려졌다.
2009년 총리가 된 나집은 2018년 5월 총선에서 패해 물러난 뒤 '1MDB 스캔들'로 수사받았다. 1MDB는 그가 총리 재직 당시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설립한 국영투자기업이다.
나집과 측근들은 이 회사를 통해 총 45억달러(5조9천600억원)를 유용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팀은 유용 자금 중 7억달러(9천271억원) 이상이 나집 전 총리 계좌로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나집 전 총리는 2022년 8월 12년형이 확정돼 구속된 직후 왕실에 사면을 요청했다.
그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도 관련 혐의로 징역 10년과 벌금 9억7천만링깃(2천579억원)을 선고받았다.
나집 부부는 유죄 판결이 내려진 사건 외에 다른 여러 건의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아야 한다.
2022년 총선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현 총리가 이끈 개혁 성향 정당연합 희망연대(PH)가 승리했으나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PH는 나집이 소속된 국민전선(BN) 등과 연대해 통합정부를 구성했다. BN 핵심 정당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대표인 아흐마디 다히드 하미디가 부총리가 됐다.
자히드 부총리 역시 여러 부패 사건에 연루됐으나 지난해 47개 혐의에 대한 기소가 취하됐다.
BN은 1957년 영국 독립 이후 2018년까지 장기집권한 세력이다.
BN의 부패를 공격하던 PH는 집권을 위해 '정적'과 손잡았고, 현 정권 들어 BN 측 인사에 유리한 법적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
부패 척결을 외친 안와르 총리의 개혁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이번 결정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UNMO 전 대표인 나집 전 총리는 여전히 당내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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