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남미 FTA 협상, 유럽 트랙터 시위에 '흔들'
마크롱, FTA 공개반대…유럽 농가, 저가 남미 농산물 불안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 각지에서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가 격화하면서 20년째 공전 중인 유럽연합(EU)과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을 방문, 취재진에게 "메르코수르 지역의 농민과 업체들이 우리와 동일한 규칙을 따르도록 하지 않는 시대에 뒤처진 협정"이라며 FTA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내달 1일 EU 특별정상회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양자 회동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런 단호한 태도는 최근 프랑스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지는 트랙터 시위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농민들은 EU의 환경규제 정책, 저가 농산물의 수입 감소 대책 등을 요구하며 트랙터와 짚단으로 도로를 막는 시위를 하고 있다. 농민 시위는 폴란드, 독일, 벨기에 등 여러 EU 회원국에도 확산 중이다.
시위에 참여한 농민들이 공통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EU-메르코수르 FTA 체결에 따른 유럽 농가 피해다.
그렇지 않아도 EU의 과도한 환경규제로 유럽 농산물이 수출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진 터에 FTA 체결로 남미의 값싼 농산물이 유입되면 유럽 농가의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U-메르코수르 FTA는 무려 20년에 걸친 협상 끝에 2019년 원론적인 합의가 타결됐다.
그러나 이후 EU가 환경보호 의무 등 새로운 조건 추가를 요구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남미 국가들은 EU의 새로운 요구가 '보호무역주의'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자 간 FTA 협상이 이렇다 할 진전이 없던 상황에서 각지에서 농민 시위가 확산하면서 EU로선 더욱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올해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농업계 지지를 등에 업은 극우 계열이 선전할 것으로 우려돼 이를 막기 위해 최악의 경우 EU-메르코수르 FTA 협상이 원점에서 재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협상 상황을 둘러싼 EU 내부의 '불협화음'도 감지된다.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엘리제궁 관계자는 전날 "EU 집행위원회가 메르코수르와 FTA 협상을 중단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하루만인 이날 에릭 마메르 EU 집행위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일단 부인했다.
마메르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조건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며 EU-메르코수르 간 이견을 시사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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