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커지는 트럼프 리스크, 주도면밀한 내부 논의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한 강력한 보호무역조치를 취할 것임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지난 28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관세나 다른 수단을 동원해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미국 노동자와 함께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할 것"이라면서 "지금 다른 나라들은 멕시코에 그 어디보다 큰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에 무관세로 자동차를 판다"고 비난했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가 재집권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참모들과 논의했다는 미 언론보도도 전해졌다. 트럼프는 앞서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보편적 관세를 매기겠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 이런 공약을 밀어붙인다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도 최대 피해국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콕 집어 비난한 멕시코만 해도 현지에 한국의 기아차 생산공장이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글로벌 경제 변수, 불확실성 차원을 넘어 리스크, 나아가 포비아(공포) 수준으로 커질 조짐을 보인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이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꺼내든 통상 공약 대부분이 우리 기업들에 불리한 탓이다. 한국무역협회가 30일 발표한 '미국 공화당과 트럼프의 통상 분야 공약 주요 내용과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와 경고가 담겨 있다. 보고서는 트럼프 재집권 시에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중국과의 공급망 분리 등 이른바 디커플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 길을 틀어막으면 한국 제품의 중국 수출 길도 덩달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전체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그에 비례해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우리 경제에 연쇄 파장을 일으키는 구조인 것이다. 한편으론 트럼프 2기 정부의 대(對)중국 수입 규제가 우리의 수출 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트럼프가 한국의 반사이익을 그대로 용인해줄 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의 통상 공약이 백인 저소득 노동자 등 전통적 지지층을 끌어안으려는 선거 전략 차원의 수사일 수 있다.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고 미국 대선까지는 아직 9개월여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 차원의 대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이 정치적, 외교적 상수가 됐고 경제 분야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내부적으로 미리 대비 역량을 구축해놓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주한미군 감축 내지 철수 압박, 북한 김정은 정권과의 핵동결 협상 등 일각에서 거론되는 트럼프 재집권시 외교안보적 변수는 물론 경제분야에서의 변수를 모두 상정해 의견을 나누고 대책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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