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3년] ① 저항세력 총공세에 군정 수세…붕괴 전망은 '시기상조'
국제사회 무관심 속 4천여명 사망·2만명 구금·난민 260만명…군부독재 장기화 중대 기로
반군 형제동맹 '1027작전'으로 군부 타격 평가 불구 "군부 회복력 과소평가 안돼" 목소리도
[※ 편집자 주 = 다음 달 1일로 미얀마 군부가 민주적 선거를 통해 수립된 문민정부를 전복시킨 쿠데타 사태가 3년을 맞습니다. 연합뉴스는 미얀마의 지난 3년과 저항 세력이 총공세에 나선 최근 상황을 짚어보고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민주진영 임시정부 입장을 담은 기사 3건을 일괄 송고합니다.]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미얀마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린 쿠데타가 다음 달 1일 발발 3년을 맞는다.
2021년 2월 1일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권을 몰아낸 뒤 반대 세력을 유혈 진압해왔다.
군부 폭력에 민간인 희생이 속출했고, 경제가 파탄 나면서 국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국제사회의 제재는 무기력했고, 미얀마에 대한 관심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평화적 시위로 시작된 저항은 무장 투쟁으로 이어졌지만, 군부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말 북동부 샨주에서 시작된 소수민족 무장단체 총공세 이후 상황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각 지역 반군의 동시다발적인 공격에 군정은 쿠데타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일각에서는 예상은 뛰어넘은 반군의 승리에 군정 붕괴 기대까지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군부가 타격은 입었지만, 미얀마 사태가 끝나기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 폭력·살상 이어진 3년…국제사회로부터 '잊힌' 미얀마
쿠데타 이후 군정은 수치 고문 등 전 정부 인사들을 줄줄이 체포해 중형을 선고하고 '공포 정치'를 해왔다.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하며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저항 세력을 억누르고 민간인 살상도 서슴지 않았다.
30일 인권단체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정치범으로 약 2만5천900명이 체포돼 여전히 약 2만명이 구금 중이다. 군부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4천400명이 넘는다.
미얀마군이 무차별 공습과 포격, 방화에 나서면서 민간인 피해도 커졌다.
유엔은 지난해 말 기준 미얀마 난민이 260만명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그러나 군부는 전국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가 조직한 시민방위군(PDF)을 중심으로 무장 투쟁이 계속됐고, 소수민족 무장단체들도 반(反)군정 전선에 동참해 교전이 이어졌다.
미얀마인들의 고통은 심해졌지만, 역설적으로 국제사회 관심은 점점 줄어들었다.
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 제재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유엔 등 국제사회 압박에도 군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반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미얀마 군정의 '뒷배' 역할을 해 온 것도 컸다.
더욱이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 지구촌 관심이 쏠린 이른바 '2개 전쟁' 속에서 미얀마 사태는 점점 그들만의 싸움으로 치부되는 양상이다.
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두와 라시 라 대통령 대행은 연합뉴스와 서면인터뷰에서 "미얀마는 잊힌 전쟁이 됐다"며 "군부는 절박해질수록 더욱 야만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제 독재 시대를 끝낼 때가 됐다"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인 한국의 지지 및 지원도 당부했다.
호주 그리피스대 아시아연구소 앤드루 세이스 교수는 싱가포르 매체 CNA에 "몇몇 조처를 했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미얀마에 거리를 두고 있다"며 "가혹한 현실은 반군정 세력을 지원할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실행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무장반군 '1027작전' 이후 정세 급변…수세 몰린 군정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 계속되던 중 지난해 10월 말 미얀마 정세를 요동치게 한 저항 세력의 반격이 시작됐다.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으로 구성된 '형제동맹'이 10월 27일 중국과 인접한 샨주에서 군정 타도를 외치며 합동 공격을 시작했다.
합동 군사작전이 시작된 날을 따 '1027작전'으로 명명한 공세에서 PDF와 다른 지역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합세해 미얀마군을 구석으로 몰았다.
이들은 샨주 라우카이, 무세, 친쉐호 등 중국과의 국경 무역 주요 거점을 대부분 점령했다.
서부에서도 인도·방글라데시 국경과 인접한 친주 팔레트와를 장악하는 등 각지에서 미얀마군을 격파했다.
저항군은 군부 기지와 무기를 다수 탈취했고, 사기가 떨어진 미얀마군이 항복하거나 도망쳤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다급해진 군정은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중국 중재로 휴전 회담이 성사됐으나 합의는 오래가지 못하고 교전이 재개됐다.
소수민족 무장단체 카렌민족연합(KNU)의 외교 책임자이자 대변인 소 토 니는 연합뉴스에 "1027작전'은 군사정권 종말의 시작"이라며 "다른 혁명 조직들과 군부 독재가 끝날 때까지 함께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군부 독재정권이 2년 이내에 붕괴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우리의 최종 목표는 연방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쿠데타 이후 3년 동안의 손실과 내부 부패로 군정은 극도로 취약한 상태"라며 그동안 계속된 저항이 1027작전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카렌민족연합(KNU), 카친독립군(KIA) 등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계속된 전투로 미얀마군이 약해진 상태에서 공격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진단이다.
디플로맷은 "주요 도시의 함락은 가장 마지막에 일어나겠지만, '도미노 효과'가 나타나면 사이공이나 카불 함락처럼 빠르게 전개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 반군 진격 계속될까…"군정 붕괴 예측은 시기상조" 신중론 많아
최근 저항군이 뚜렷한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군정을 무너뜨리기까지는 갈 길이 멀고 예측 불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정은 여전히 반군에 비하면 전력과 조직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
군정을 패퇴시키려면 NUG와 각 지역 소수민족 무장단체들 간 단합과 연대가 필수라는 게 저항세력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이런 점에서 쿠데타 이전부터 각 지역에서 영토 확장과 자치권 확보를 위해 정부군과 대립해온 소수민족들 간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점은 저항 세력에는 불안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기습적인 반격으로 성공을 거둔 반군 공세가 전국적인 수준에서 지속될지도 관건이다.
소수민족 무장단체들도 상당한 피해를 봤고, 외부 지원 없이 장기적으로 강력한 공세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개입도 변수다. 쿠데타 이후로 죽 군정을 지지하며 무기를 공급해온 중국은 국경지역 소수민족 무장단체와도 관계를 이어왔다. 이는 국경지역 상황관리 측면으로 해석된다.
같은 관점에서 중국이 미얀마 군정이 붕괴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세이스 교수는 "군정 붕괴가 임박했다는 예측은 시기상조로, 군부의 회복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는 보고서에서 "반군부 세력은 주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지만,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르고 영토 일부를 점령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반군부 세력이 주도권을 쥐고 승리를 더 이어갈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정권이 붕괴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미얀마 사태는 전보다 약해졌지만, 여전히 위험한 정권, 더 극심한 폭력, 불확실성이 확대된 새로운 분쟁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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