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에 기후변화 요인까지 '마른수건 쥐어짜기' 양상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현재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수급이 매우 빡빡한 '슈퍼 스퀴즈(super squeeze)' 상태에 놓여있으며 지정학적 위험과 기후변화 등 공급 분야에 제한 요인이 있어 앞으로 가격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HSBC의 폴 블록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5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수요의 견조한 증가보다는 공급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공급 요인으로 나타나는 수급 차질은 글로벌 경제 성장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동안 우리는 글로벌 원자재 시장을 '슈퍼 스퀴즈' 상태에 처해 있다고 설명해 왔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나 기후 변화,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한 투자 부족 등 공급 측면의 '슈퍼 스퀴즈' 요인은 여전히 원자재 가격 상승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금 원자재 시장은 공급이 매우 부족해 '마른 수건 쥐어짜기'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앞으로 공급에 방해가 되는 요인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에는 가자지구에서 계속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포함되며, 최근 홍해의 후티 반군 공격으로 운송이 중단되는 것에서 보듯 이런 요인은 세계 무역을 방해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기후 변화도 공급망에 영향을 준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비해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할 것을 추구하면서 구리나 니켈 같은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금속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핵심 광물 조달에 대한 투자가 충분하지 않아 이들 금속 공급 압박이 더 심해지고 있다.
블록샴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요인과 기후 변화 또는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공급 차질이 예상보다 클 경우 슈퍼 스퀴즈는 더 깊어지거나 더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열린 에너지전환위원회는 국제사회의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향후 10년간 흑연, 코발트, 구리, 니켈, 리튬과 같은 여러 금속이 부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세계 60개국 이상이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지지한 것도 구리 수요를 늘릴 요인으로 평가된다.
구리는 전기자동차나 전력망, 풍력 터빈 제조 등에 필수적인 원자재로 에너지 전환 생태계의 핵심 금속이다.
에너지전환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이들 금속에 대한 연간 투자는 평균 450억 달러였으며, 충분한 공급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연간 투자금이 700억 달러 정도로 증가해야 한다.
블록샴 이코노미스트는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급이 제한될 것이며, 원자재 가격은 과거보다 더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터리 분야에 사용되는 금속을 훨씬 쉽게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시장 판도는 바뀔 수 있다.
S&P 다우존스 인덱스의 브라이언 루크 원자재 부문 책임자는 "원자재는 변동성이 큰 상품으로 악명이 높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단기간에 수요가 확 몰리는 경향도 있다. 현재 상황도 마찬가지"라면서 기상이변과 지정학적 상황이 농산물과 에너지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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