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폐기된 화폐 쌓으면 에베레스트산 16배
대면 상거래 회복 등으로 전년 대비 17.2%↑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한국은행이 지난해 훼손되거나 오염된 지폐와 동전을 3조9천억원어치 가까이 폐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2023년 중 폐기한 손상화폐가 4억8천385만장으로, 액면가는 3조8천803억원 규모라고 24일 밝혔다. 지폐와 동전은 모두 '장' 단위로 통일했다.
전년(4억1천268만장·2조6천414억원)보다 7천117만장(17.2%) 증가한 수치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줄었던 대면 상거래가 점차 회복됐고, 2009년부터 발행한 5만 원권의 유통 수명(15년 내외)이 다한 결과로 분석됐다.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한은의 환수 금액이 늘어난 데 따른 영향도 있었다.
화폐 종류별로는 지폐 4억2천732만장(액면가 3조8천724억원)과 동전 5천653만장(79억원)이 폐기됐다.
지폐 중에는 1만 원권이 2억3천775만장으로 전체의 55.6%를 차지했다.
폐기한 화폐를 전부 옆으로 나란히 늘어놓으면 총길이가 6만2천872km로, 경부고속도로(415km)를 76차례 왕복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를 위로 쌓으면 총 높이가 14만159m로, 에베레스트산(8천849m)의 16배, 롯데월드타워(555m)의 253배에 달한다.
한은은 지폐가 손상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남아있는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금액의 전액으로, 5분의 2 이상 4분의 3 미만이면 반액으로 교환해준다.
동전은 모양을 알아보기 어렵거나 진위 판결이 어려울 경우 교환해주지 않는다.
지난해 손상화폐 중 교환이 이뤄진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서울에 사는 이 모 씨는 자택 화재로 탄 지폐 1천910만원을, 전남에 사는 홍 모 씨는 땅속에 묻었다가 습기로 부패한 지폐 1천548만원을 각각 정상 지폐로 바꿨다.
한은은 지난해 손상화폐를 대부분 소각 방식으로 폐기했으나, 일부 재활용을 시도하기도 했다.
현대미술 작가의 요청을 받고 작품 재료용으로 잘게 자른 지폐 1천500kg을 지원했고, 폐기물 재활용 연구 등의 용도로 300kg을 제공했다.
한은 관계자는 "손상화폐를 콘크리트 보강재 등의 재료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며 "올해 외부 기관과 협의해 재활용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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