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 참가한 23세 청년 교수형…각계 반발
2022년 '히잡 시위' 관련 9명째 사형 집행…경찰관 숨지게 한 혐의
인권단체 "고문으로 받아낸 가짜 자백…재판 아닌 살해" 반발
'옥중 노벨평화상' 수상한 인권운동가도 규탄…"단식 농성" 선언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이란이 2022년 반정부 시위에서 경찰관을 숨지게 했다는 이유로 23세 청년을 교수형에 처하자 각계에서 '제대로 된 판결이 아니다'라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란 사법부는 23일(현지시간) 23세 남성 피고인 모하마드 고바들루를 상대로 교수형을 집행했다고 관영 매체인 미잔이 전했다.
이 남성은 2022년 9월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차를 몰고 돌진해 경찰관 1명을 숨지게 하고 5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해왔다.
하지만 부모와 인권단체 등은 그가 정신 질환을 앓아온 환자로 당시 약 복용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참작해 달라며 재심을 요구해왔다.
이란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기존 선고를 유지했으며 불과 몇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이 이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사형을 집행하기는 9번째다.
이란에서는 2002년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뒤 반정부 시위가 전역으로 번졌다.
이란 당국은 시위를 미국 등 외세가 조장한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하면서 수백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체포됐다.
이번 사형 집행에 유족과 인권단체들은 강력 반발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그는 어디까지나 부당한 허위 재판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면서 "고문으로 가짜 자백을 받아냈으며, 그의 정신 장애에도 제대로 된 정신 감정을 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그의 변호사도 "사형 선고를 통지받은 지 불과 몇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면서 "이는 법적 정당성이 전혀 없는 '살해'"라고 주장했다.
이란 인권 운동가로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나르게스 모하마디는 이번 사형 선고에 반발해 옥중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 수감 중인 그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이날부터 단식을 시작했다고 밝히고 다른 여성 수감자 60여명도 25일부터 동참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사형이 집행된 교도소 앞에서는 유족을 포함해 여러 명이 몰려가 "그는 다른 모든 젊은이를 위해 거리로 나섰던 것"이라며 "그는 살해됐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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