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브릭스 가입 두고 미중 사이 '골머리'
두달새 '가입했다→아니다' 입장 왔다갔다
"가입 포기한거 아냐…이익 평가 절차 밟는 중"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가입을 여전히 고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사우디는 브릭스 회원국으로 가입했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공식 석상에서 번복했다.
지난달 2일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이 "브릭스는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유익하고 중요한 통로"라며 가입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사우디의 마지드 알카사비 상무부 장관은 "사우디는 브릭스에 초대받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가입하지는 않았다"며 이를 뒤집었다.
브릭스는 지난해 8월 정상회의에서 사우디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이란, 에티오피아 5개국을 새 회원국으로 승인했다. 사우디와 함께 나머지 4개국의 회원 자격은 올해 1월 1일부터였다.
그러나 이 사안을 직접적으로 아는 소식통 두 명은 로이터에 이번 달 1일이 결정 시한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 중 한 명은 중국과 인도가 사우디의 최대 무역 상대이기 때문에 브릭스에 가입하면 큰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사우디는 현재 이득을 평가하고 있으며 그 뒤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절차가 있다"고 전했다.
이후 파이살 알이브라힘 사우디 경제기획부 장관도 사우디가 브릭스 가입과 관련한 의사 결정 과정에 있다고 확인했다.
알이브라힘 장관은 "사우디는 많은 다자간 플랫폼과 기관의 회원이며 이 중 한 곳에 초청될 때마다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 결정은 마지막에 내려진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는 비슷한 과정에 있으며 끝나면 언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우디는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브릭스 가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나이프 아랍 안보대학의 헤샴 알간남 국가안보 프로그램팀 팀장은 "공식적으로 브릭스에 가입하는 것은 사우디의 경제에는 이롭지만, 다른 주요 강대국과의 관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우디는 모든 강대국과 동일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어느 쪽에서든 잘못 해석할 수 있는 신호는 보내고 싶지 않아 한다"고 부연했다.
사우디는 미국과 에너지 및 안보로 맺어진 중동의 전통 맹방이지만 러시아, 중국 등 반미 진영의 중추국과 접촉면을 넓히면서 균형 외교를 시도하고 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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