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허가증 지체'에 뿔난 伊 외국인 유학생들, 온라인 청원운동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늑장 행정이 만성화된 이탈리아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체류허가증을 빨리 발급해달라며 온라인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매체에 따르면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르그'에서 진행 중인 이 청원 운동엔 지금까지 약 500명이 동참했다.
온라인 청원 운동을 시작한 베네치아 유학생 자흐라 피라예시(26)는 많은 유학생이 체류허가증 갱신 절차 지연으로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러시아, 튀르키예, 남미에서 온 유학생들과도 대화를 나눠봤다"며 "우리는 모두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했다.
체류허가증은 외국인이 이탈리아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할 시 반드시 신청해야 하는 임시 거주증이다.
취득 절차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체류허가증 빨리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리기로 악명이 높다.
1년짜리 체류허가증을 재발급받는데, 1년 이상이 걸려 체류허가증을 받자마자 다시 갱신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라예시는 "체류허가증 갱신을 우편으로 신청하면 약 6개월 또는 1년 후에 경찰서 방문 예약이 잡힌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체류허가증을 받았을 때 이미 기한이 만료된 상태라는 것"이라며 "운이 좋으면 3개월 정도 유효한 체류허가증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라예시는 체류허가증을 재발급받는 데 너무 오랜 기간이 걸려서 여행이나 취업, 은행 계좌 개설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나 학업 목적으로 다른 유럽 국가를 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며 "어떤 학생들은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온라인 청원 게시글에 달린 한 댓글에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싶은데, 체류 허가증 발급이 지연돼 그럴 수 없었다"는 사연이 적혀 있었다.
또 다른 댓글에는 "체류 허가증이 없어서 거주증을 발급받지 못했고, 결국 자동차를 구매할 수 없게 됐다"는 사연이 담겼다.
체류 허가증 재발급 절차 지연으로 고국으로 갈 수 없었다는 불만이 적힌 댓글도 있었다.
해당 청원은 이탈리아 당국에 신속한 갱신 절차 확립, 긴급히 귀국해야 하는 유학생을 위한 비상 시스템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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