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훈 못얻었나" 獨 가자 학살의혹 부정에 옛 식민지 분노
독일 지배받던 나미비아, '20세기 첫 제노사이드 피해국' 아픔
"ICJ서 이스라엘 옹호한 독일, 자국이 저지른 과거 반성 못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아프리카 남부 국가 나미비아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재판 중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인종학살 혐의를 부인한 독일을 비판하고 나섰다.
나미비아는 1884∼1915년 독일의 식민 통치를 받았으며 독일은 이때 헤레로족과 나마족에 대해 자행한 인종학살을 2021년 공식 인정하고 사과했다.
14일(현지시간) AFP·DPA 통신에 따르면 하게 게인고브 나미비아 대통령실은 이날 낸 성명에서 "독일은 20세기 첫 제노사이드를 저지른 나라"라며 "독일은 인종주의적 국가 이스라엘의 인종학살 의도를 지지하고 있으며, 나미비아는 이를 배격한다"고 밝혔다.
게인고브 대통령은 "독일은 끔찍한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하며, "독일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제기한 도덕적으로 올바른 소송을 부인하고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남아공은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 넬슨 만델라 대통령 시절부터 팔레스타인을 지지해 왔고, 이번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이 급격히 늘어나자 이스라엘이 1948년 채택된 유엔 제노사이드 협약을 위반했다며 ICJ에 제소했다.
유엔 제노사이드 협약은 독일 나치의 유대인 홀로코스트 등 2차 세계대전에서 발생한 집단학살 형식의 '인종 청소' 재발을 막기 위해 체결됐다.
독일은 ICJ 공개 심리가 진행된 지난 12일 남아공의 이스라엘 제소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유엔 제노사이드 협약을 정치 도구화하는 것이라며 "결연하고 명백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게인고브 대통령은 독일 정부가 2만명 넘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의 죽음을 무시하고 있으며 ICJ 앞에서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적이고 끔찍한 행위"를 옹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독일 정부는 아직도 자국이 자행한 제노사이드에 대해 완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도 직격했다.
1904∼1908년 독일 정착민들의 착취에 맞선 봉기에서 살해된 헤레로족과 나마족은 최소 7만명으로 추정된다. 독일은 2021년 이를 인정하고 이들 부족의 후손에게 배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나미비아 개발에 30년간 11억 유로(약 1조5천억원)를 내놓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이 지난해 10월 7일 자국을 기습 공격해 1천200명을 살해하고 250명을 납치한 하마스의 테러에 대응한 자위권 행사라며 인종학살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서 약 2만5천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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