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美 국립 초상화갤러리의 트럼프 사진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를 볼 수 있는 워싱턴 DC의 국립 초상화 갤러리에는 제45대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아직 없다.
재선에 도전하는 대통령의 경우 초상화를 전시하지 않는다는 갤러리 내규에 따른 것이다.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리에는 2017년 워싱턴포스트(WP)가 촬영한 사진이 걸려있다. 이 사진 속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짙은 양복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색 넥타이를 매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초상화 갤러리는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른 사진을 걸었다가 보관을 위해 현재 사진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타임지가 2019년 6월 촬영한 기존 사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 있는 이른바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 앞에 앉아 몸을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돌린 채 정면을 보는 모습을 담았다.
당시 현직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하기 하루 전에 찍은 이 사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문을 닫았던 초상화 갤러리가 2021년에 재개관하면서 처음 전시됐다.
갤러리는 이 두 장의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과 관련, 갤러리의 사진 옆에 붙인 설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포퓰리즘 정서에 기대 당선돼 반(反)전통적인 정부라는 정체성을 만들었으며 '아메리카 퍼스트' 의제를 앞세웠다"고 기술했다.
또 그가 권력 남용, 내란 선동 혐의로 두 번 하원에서 탄핵당했으나 상원에서 무죄를 받았다는 점과 함께 2020년 대선과 관련, "과반이 조 바이든을 선출했으나 그런데도 트럼프는 승복하지 않았으며 그의 지지자들인 폭도(mob)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미국 의사당을 공격했다"라고도 적었다.
국립 초상화갤러리조차 이렇게 기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선거 전문 사이트 '270투윈'의 12일(현지시간) 여론조사 종합분석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재대결을 벌일 것으로 유력시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균 42%의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40.8%)을 앞서고 있다.
그는 특히 미국 대선의 승부처인 미시간(+4.7%), 네바다(+2.5%), 애리조나(+6.7%), 조지아(+7%), 위스콘신(+4%) 등 대선 승부를 좌우할 주요 경합 주에서 이기고 있으며 또다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0.2%)에서만 바이든 대통령에 살짝 뒤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다 11월 대선과 동시 진행되는 상·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2016년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웃사이더에 '괴짜'였지만 지금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주류다. 하원은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장악했으며 그나마 견제 역할을 하던 상원도 점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기울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상·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나아가 보수 대법관 6명 대 진보 대법관 3명으로 구성된 연방대법원의 보수 대법관 중 3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이에 따라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트럼프 2기 정부는 1기 때와 달리 행정부를 장악하는 것은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의 견제를 무력화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가령 한반도 문제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규모를 감축하려고 했을 때 의회가 국방수권법 등을 활용해 이를 저지했던 과거와 달리, 공화당 주도 의회는 대통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아예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에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그의 초상화는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 이후에나 공개될 예정이다.
그때 초상화 옆에 붙을 설명은 초대형 폭풍이 지나가고 난 뒤의 극심한 대내외적 피해에 대한 기록일 가능성이 크다.
지평선 넘어 형성되고 있는 초대형 폭풍을 앞두고, 지속적인 번영과 안정을 구가하기 위한 한국의 생존 전략과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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