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볼로냐서 '우크라 침공 미화' 러 영화 상영 논란
시민 반발과 당국의 취소 요청에도 주최 측 강행 예고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북부 도시 볼로냐에서 러시아 선전 영화 상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뉴스채널 스카이TG24에 따르면 오는 27일 볼로냐의 빌라 파라디소 문화 센터에서 영화 '더 위트니스'(The Witness·목격자)가 상영될 예정이다.
이 영화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다룬 러시아의 첫 장편 영화로, 크렘린궁이 제작비를 지원했다.
영화는 벨기에 출신 바이올리니스트가 우크라이나 키이우 여행 중 전쟁에 휘말려 우크라이나군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목격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자국민을 상대로 살인과 고문을 자행하는 잔혹한 네오나치로 묘사된다.
이처럼 영화는 우크라이나 정권을 네오나치로 규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점을 충실히 반영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러시아에서 개봉됐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 영화는 첫 2주 동안 제작비 2억루블(27억4천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1천400만루블(1억9천만원)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이 영화의 볼로냐 상영 소식이 전해지자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화한 영화를 상영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져 나갔다.
영화 상영을 알리는 빌라 파라디소 문화 센터의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비판적인 댓글이 쏟아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 유엔 결의안을 언급하거나 센터가 언론의 자유를 명분삼아 러시아 선전의 확산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글이 게시됐다.
특히 공교롭게 유엔에서 제정한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인 27일에 영화가 상영되면서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볼로냐시는 영화 상영 취소를 요청했지만 센터는 예정대로 상영을 강행할 계획이다.
센터 측은 상영 취소 명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극우 단체인 국가운동 애국자 네트워크는 행사가 취소될 경우 자신들이 상영회를 별도로 열겠다고 나섰다.
이탈리아에서 이 영화가 상영되는 것은 볼로냐가 처음이 아니다. 이 영화는 최근 몇 달간 로마, 피렌체, 레지오 에밀리아, 체세나 등 다른 도시에서도 상영됐다.
로마 상영회에서는 이 영화의 주연 배우가 검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에서는 오는 20일 우크라이나 전쟁의 격전지였던 마리우폴에 관한 친러시아 콘퍼런스가 열린다.
잔카를로 무차렐리 모데나 시장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이 행사 역시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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